△이윤우 부회장(DS부문)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원가 절감 노력과 신제품 조기 도입, 적극적인 판매 등으로 성과를 이뤘다. 앞으로도 모든 대비를 철저히 준비해 경쟁사와 초격차를 확대하고, 또 한번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하자.”
△최지성 사장(DMC부문)
“2011년 디지털 황금기가 온다.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강한 조직, 경쟁력 있는 문화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창조적 발상과 새로운 시도로 혁신을 주도하고 시장을 창출하자.”
독일 베를린 ‘IFA 2009’ 전시회에서 만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주요 글로벌 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삼성이 유독 강한 배경에 대해 “삼성에는 힘을 모아 바른 방향을 찾아 가는 ‘자이로스코프’가 있다”며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석세스 포뮬러’도 작동 중”이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이 언급한 ‘자이로스코프(Gyroscope)’는 무게중심을 고정해 어느 방향에서든 쉬지 않고 회전하는 회전체를 말한다. ‘성공 방식’으로 풀이되는 ‘석세스 포뮬러(Success Formula)’는 말 그대로 성공할 수 있는 법칙을 뜻한다. 삼성은 내부에 지속성장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으며 이미 성공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최 사장이 압축해서 표현했지만 여기에서 위기에 강한 삼성만의 ‘DNA’를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7400억원 규모 적자를 냈다. 당시 미국 발 금융 위기에 경기 불황으로 불가피한 면이 있었지만 삼성은 내부적으로 큰 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한숨을 내쉬기도 잠시, 올해 1분기에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2분기에 영업이익 2조원을 훌쩍 넘기는 ‘깜짝 실적’으로 “역시 삼성”이라는 이미지를 안팎에 심어 주었다.
‘삼성의 힘’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주요 제품의 점유율을 껑충 올려 놓았다. TV는 확고한 글로벌 1위 자리로 올라섰으며 휴대폰은 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눈앞에 뒀다. 경쟁업체인 노키아·모토로라가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어드는 부진한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이달 마감하는 3분기도 증권가에서는 ‘서프라이즈’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는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대증권은 삼성전자 3분기 추정 영업이익을 기존 3조3400억원에서 3조8900억원으로 높였다.
현대증권 측은 “디지털미디어를 제외한 반도체·LCD·휴대폰 3개 부문 모두 원래 예상보다 높은 가격 또는 출하량 증가를 배경으로 상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일시 환율 등 외부 효과에 따른 ‘반짝’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최 사장의 설명대로 석세스 포뮬러가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위기에 강한 삼성전자의 힘은 먼저 ‘현장중심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낸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조직 정비를 시작했다. 목적은 하나였다. 현장에서 답을 찾으라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몸집을 가볍게 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나갔다. 본사 인력 1400명 가운데 200여 명만 남기고 모두 현장에 전진 배치했다. 관리보다는 효율에 방점을 둔 현장중심 경영에 돌입한 것이다. 체질 변화는 결국 삼성전자 경영 DNA를 바꿔 놓았다.
신속한 결정으로 이어지는 ‘빠른 대응 능력’은 현장 경영에 불씨를 제공했다. 적자 충격에서 채 헤어나기도 전 삼성전자는 2개 사업 부문으로 전환했다. ‘투톱 체제’를 선언한 것이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강하고 빠른(Strong&Speedy)’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4개 사업 총괄을 세트와 부품 등 2개 부문으로 나눠 강한 조직을 만들었다. 부문별 특성에 맞는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하면서 결국 두 개 사업 부문 모두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다.
‘시장 창출 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 불황으로 다른 글로벌 기업이 주춤할 때 오히려 시장을 스스로 만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즉 ‘시장 개척자’ 전략을 과감히 도입했다. 불황에 순응하기 보다는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일례로 글로벌 TV시장 1위라는 이점을 활용해 ‘LED TV’를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과거에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 리더를 따라잡는 방식의 ‘미 투’(Me Too) 전략을 극복해 성공 스토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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