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이산가족 한 풀어줄 `디지털 영상 상봉`

[통일포럼] 이산가족 한 풀어줄 `디지털 영상 상봉`

남북은 오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007년 8월, 2년 1개월 만에 다시 시작된 상봉으로, 이명박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뤄지는 단체 상봉이기에 향후 이산가족 상봉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가고 있다.

 실향민 대부분이 평균 70세 이상의 고령이어서 굳이 통계치를 제시하지 않아도 이산가족의 한을 풀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 번의 상봉 행사에서 남과 북에서 각각 100명씩 1년에 많아야 서너 차례의 가족 상봉이 있어 왔다. 매달 아니 매일 100명씩 만난다고 해도 3만6500명만이 만날 수 있다. 시간이 정말로 없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남북의 합의 아래 남북 1000만 이산가족의 애끓는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정기적이고 대규모적인 이산가족 상봉제도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상봉 기회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이번 추석 이산가족 단체 상봉이 진행되는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풀가동시키는 것과 함께 세계적인 IT강국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디지털 영상 상봉을 확대실시하고 정례화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이 디지털 영상 상봉에 큰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북한과 잘 합의하면 상봉 기회를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북한 쪽에서 볼 때 이산가족은 인도주의적인 문제이기에 앞서 체제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문제다. 이산가족 영상 상봉으로 북한사회를 위협하는 계급투쟁의 대상으로 취급돼 온 이산가족들이 일반인도 관광하기 어려운 제일명산 금강산에서 ‘저주해야 할’ 남쪽 가족들을 당당히 만나고, 게다가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받는 모습은 북한주민에게 계급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을 초래하는 등의 부정적 결과를 빚고 있다. 이러한 북한에 디지털 영상 상봉은 안성맞춤의 상봉방식이라고 평가되는 듯하다. 실제로 영상상봉은 사람들이 서로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상봉과정 전체를 구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상봉자가 서로 주소나 전화번호와 같은 정보나 소식, 물건 등을 건네줄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광복 62주년 맞으며 진행했던 TV 영상 상봉은 디지털 영상 상봉의 가능성과 장점을 보여주었다. 남북은 영상 상봉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위성과 광케이블 등 다각적인 통신망 연계방안을 검토한 가운데 개성공단의 통신 공급을 위해 구축된 문산과 개성을 연결하는 12코어의 광케이블 중 4코어를 이용, 서울과 평양을 연결, 영상 상봉을 실시했다. 영상 상봉체계에는 한국에서 제공하는 그룹용 영상회의시스템 ‘폴리콤 VSX7000’이 사용됐고 영상인식소프트웨어는 북한의 조선컴퓨터센터(KCC)가 제공했다. 남북한 IT 교류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영상 상봉의 서비스 수준이 제한적이어서 직접 상봉보다 만족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서로 얼굴도 쓸어보고 얼싸안아도 보면서 그동안 그리움과 통곡을 쏟아내기에 TV 화면만으로는 부족함이 많다. 일반 영상회의시스템을 도입하다보니 서비스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영상 상봉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IT를 구사하면 생동감이 넘치고 직접 상봉에 못지않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상봉영상 질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하겠지만 초고선명 디지털영상을 전송하는 것과 함께 3D영상기술을 도입하면 2차원 상봉 화면보다는 훨씬 직관성이 있어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판이나 손 글쓰기 보드를 설치해 텍스트도 교환할 수 있게 하며, 준비해 가지고 간 동영상을 함께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서비스품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이와 함께 남측 가족이 북측 가족에게 꼭 주고 싶은 현금을 영상 상봉장에서 즉시 건네줄 수 있는 전자금융시스템을 도입해 북쪽 가족을 돕고 싶은 남쪽 이산가족의 욕구를 풀어줄 있는 제도적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효율적인 영상 상봉시스템의 개발과 도입은 남북 간의 여러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확대발전시킬 수 있는 시너지효과가 대단히 크다. 남북 간의 디지털 정보교류 통로가 정상화되면 첫째, 디지털 도큐먼트 교환을 바탕으로 한 남북 접촉의 업무효율성 제고, 둘째 남북한의 경제·문화·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교환을 통해 협력과 교류 활성화, 셋째 남북 간 전자상거래의 실현 등 굵직한 성과들을 기대할 수 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전 북한컴퓨터기술대학 교수 romeo41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