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세상을 바꾸는 힘, 뉴IT-미래 유전, 태양광 시장 잡아라

[창간27주년]세상을 바꾸는 힘, 뉴IT-미래 유전, 태양광 시장 잡아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RPS 시행 시 태양광발전 별도 의무량 목표안

산업화 시대, 에너지 생산 기술은 원래 아날로그의 영역이었다. 화석연료를 태워 얻은 열로 물을 끓이면 고압의 수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했다. 전기를 실생활에 사용한 지 10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본원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전기 생산효율이 진보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신재생에너지가 등장하면서 전력생산에 IT가 가미되기 시작했다. 전력·에너지 분야가 기존 전통 산업에서 전자산업으로 변모한다는 뜻이다. IT 강국 한국이 미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미래 유전 태양광=특히 태양광 산업은 시장 진입이 비교적 용이하면서 성장성도 높은 분야로 꼽힌다.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양산 기술과 태양전지 제조기술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태양전지로 꼽히고 있는 박막 태양전지는 LCD 제조공정과 흡사해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나갈 수 있는 분야다. 실제로 많은 업체들이 비정질실리콘(a-Si),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분야 부품·소재·장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경기침제로 일시적인 위기를 맞고 있지만 향후 시장전망은 여전히 밝다. 시장조사기관인 포톤컨설팅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태양광 발전 수요가 매년 평균 56.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케 베버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광연구소장도 올 초 한국을 방문해 “최근 태양광 모듈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올해만 생산비가 15%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태양광산업은 150억달러 규모지만 향후 10∼20여 년간 1000억∼3000억달러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의 경기침체가 태양광시장의 성장세를 완전히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출발 신호는 울렸다=그러나 반도체·디스플레이가 그랬듯 한국은 태양광 분야 후발주자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천명하기 전까지 태양전지는 수많은 신성장동력 후보 중 하나에 불과했다. 반면 독일·일본 등 태양광 선진국은 일찍이 관련 산업 육성에 열을 올렸다. 큐셀·샤프 등 자국 태양광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내수시장을 열어 초기 시장진입 위험을 줄여줬다. 지난 2007년 3900메가와트(㎿)에 육박했던 신규 태양광 발전소 설치량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300㎿가 독일에 지어졌다. 일본도 240㎿를 건설했다. 한국은 60㎿에 그쳤다.

 ◆부품·소재 시장부터 잡아라=이제라도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내수시장 확대와 함께 부품·소재 등 후방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과 마찬가지로 태양전지 또한 후방산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특히 현재 발전용으로 대거 쓰이는 결정형 태양전지의 경우 부품·소재가 원가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훌쩍 넘길 정도다. 대부분의 부가가치가 후방산업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재료비 중에서는 폴리실리콘 웨이퍼 원가비율이 64.5%로 중요도가 가장 높다. 다음으로 저철분강화유리(15.1%)·전극페이스트(4.4%)·봉지재(2.8%) 등이 뒤를 잇는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고 국산화 비율이 낮은 폴리실리콘·웨이퍼·전극페이스트·봉지재의 국산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동환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지금은 반도체·디스플레이가 한국의 수출 효자로 꼽히지만 처음 산업을 육성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세계시장을 호령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며 “태양전지 분야도 기초 기술부터 다져가기 시작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의 싹 틔우기=아직 개화 단계지만 국산 태양전지 및 부품·소재가 국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은 희망을 갖게 한다. OCI가 국내서 유일하게 폴리실리콘 양산 체제에 들어가자 KCC·웅진 등 대기업이 잇따라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OCI는 1공장이 상업생산에 들어가자 마자 110억달러가 넘는 수주 성과를 올리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웨이퍼는 중소 전문업체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네오세미테크·넥솔론·세미머티리얼즈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태양광산업이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향후 시장 성장을 감안해 증설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

 전극페이스트는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업체들이 듀폰·페로의 아성에 도전한다. 동진쎄미켐·대주전자재료·잉크테크 등이 국내외 셀업체 들을 중심으로 시제품을 공급,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실제로 동진쎄미켐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관련 분야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기대된다.

 모듈 전 단계인 셀 생산량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160㎿에 불과했던 태양전지 셀 생산능력은 올 연말에서 내년 사이 1기가와트(GW)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신성홀딩스·미리넷솔라·KPE 등 중소기업이 주도했던 시장에 현대중공업·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경쟁력도 한층 제고될 전망이다.

 임민규 OCI 신재생에너지사업본부장(전무)은 “폴리실리콘 시장은 전 세계 7대 메이저 회사가 이끌어 가고 있지만 중국에는 신규 진출 업체만 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국내도 후방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의무할당제 어떻게 시행하나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친환경에너지는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문제는 관련 설비를 제조·설치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화력·원자력 등 기존 방식보다 ㎾h당 발전단가가 훨씬 높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에너지별 발전단가는 ㎾h당 △태양광 711원 △연료전지 300원 △풍력 107원 △수력 84원 △무연탄 55원 △원자력 38원 순이다. 경제성만 놓고 보면 태양광·풍력 발전소 확대 보급은 요원해 보인다. 각국 정부가 발전차액보조금제도(FIT) 및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도(RPS)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장려하고 있는 이유다.

 FIT는 신재생에너지 생산원가가 이를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 높은 경우, 국가가 발전사업자에게 그 차이(발전차액)만큼을 보조해주는 제도다. 중소 발전 사업자들의 투자 수익성을 높여줌으로써 발전소 건설에 따르는 위험을 줄여준다. 지난해 태양광발전소 설치량이 세계4위(274㎿)까지 치솟을 수 있었던 것도 FIT 덕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FIT 재원이 국민 세금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그 양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RPS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방안이 RPS다.

 RPS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사업자의 총공급량 중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게 강제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한 발전회사에 2015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10%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만들라는 의무를 줄 수 있다. 이 회사는 목표 달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짓거나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친환경 에너지를 구입하면 된다. 만약 이를 어기면 정부가 정해놓은 규정에 따라 범칙금을 내게 할 수도 있다.

 정부는 오는 2012년부터 FIT 대신 RPS를 시행키로 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한편, 한국수력원자력·한국남동발전 등 6개 발전자회사와 함께 시범 사업도 진행 중이다. 2022년까지 RPS 비율을 10%로 늘리는 게 목표다.

 특히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는 별도 의무량을 부과해 FIT 이후에도 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비교해도 특히 경제성이 낮은 것을 감안한 특별 배려다. 그만큼 정부도 태양광 내수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매년 일정 설비용량을 강제하는 방식과 총 발전량 대비 태양광 설비비율을 부과하는 방식 중에서 하나를 택할 계획이다. 어느 방식을 택하건 현재 FIT 하에서의 내수 시장보다 ‘파이’가 커질 전망이다.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센터장은 “미국·유럽 등 RPS를 시행하거나 준비하는 국가 대부분이 태양광발전에 대해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태양광 시장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