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뉴IT,기술이 미래다-차량간 통신으로 교통사고`0`에 도전

 일본 정부는 얼마전 향후 10년내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율 제로’를 선언한 바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은 오는 2012년 자동차 사고율 50% 감소를 목표로 범국가 차원에서 고안전 지능형 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감소’를 공약으로 내걸고 현재 각 부처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가장 안전하고 인간 친화적인 차를 꿈꾸는 ‘지능형 자동차’가 지구촌 전역에서 새로운 물결로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엔 워낙 많은 수식이 따라붙는 탓에 ‘지능형’이란 말에 고개가 갸우뚱할법도 하다.

 현재 업계에서 통칭하는 지능형 자동차란 ‘기술 융합을 통해 차량의 안전성 및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는 인간 친화형 자동차’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사람(운전자)의 편안함과 안전을 위해 무한 성능을 추구하는 자동차인 셈이다.

 이에 따라 지능형 자동차에는 3대 핵심 기술이 필수다. 사고 예방 및 회피 시스템을 갖춘 고안전 기술과 자동주차 등 운전자 편의 기술, IT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일본·미국·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능형 자동차 핵심 확보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일본과 유럽의 선진 업체들은 차량 능동 안전시스템과 정보통신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독일 보쉬를 비롯, 컨티넨탈·덴소·TRW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전장부품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기술 개발 추세는 선진안전자동차(ASV)에 수렴하고 있다. ASV는 자동차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각종 지능형 안전 기술을 차량에 적용, 운전자의 주행 안전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인공지능형 안전 차량이다.

 이는 차량의 핵심 모듈과 시스템을 지능화하고, 도로-차량간 연계 시스템을 통해 안전도를 향상시킨다. 지금까지 자동차의 안전 기술은 에어백·안전벨트 등 사고후 피해를 줄이는 소위 수동형 안전시스템이 주종을 이뤘지만, 이제는 안전 사고를 사전 예방하는 능동형 안전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과거 기계공학 중심으로 개발돼 온 자동차에 전자·제어공학 기술이 주류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에 따라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 충돌 방지 레이더를 비롯한 지능형순항제어시스템(ACC) 등 ASV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미 선진국들에서는 ASV 기능을 갖춘 차량을 다수 출시하고 있다.

 우선 일본은 ASV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 다양한 차종에 걸쳐 ACC,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S), 자동주차보조시스템(APS) 등을 장착한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차세대 기술 개발 경쟁에서는 한참 앞서 있다. 현재 국토교통성 주관으로 혼다·닛산·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참여하는 4단계 개발 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도요타가 지난 2004년 레이더 기반의 ACC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닛산은 차선이탈경고시스템(LDWS)를, 혼다는 지난 2005년 차량간 통신을 통해 정면 및 사각지대 충돌 사전 방지시스템을 차량에 적용하는데 성공하는 등 개별 기업들의 기술 주도권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의 뒤를 이어 유럽도 ASV 개발 경쟁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이미 BMW가 6시리즈에 전후방감지시스템과 ACC 등을 내장해 출시했고, 벤츠는 ‘악트로스’ 트럭 제품에도 LDW를 구현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다소 뒤늦었지만 최근 수년간 포드와 GM 등을 중심으로 ACC·LDW를 구현한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 유수의 필름 업체인 미국 3M은 마그네틱 차선과 센서를 이용해 차량용 LDWS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도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동차 강국의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지능형 자동차 기술력이 아직은 부족한 형편이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이 IT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연구원에 따르면 10여년전부터 ASV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지만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약 6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8년 자동차부품연구원이 국내 처음 무인자율주행 차량 개발을 성공시킨뒤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현재 ‘미래형 자동차 기술 개발사업’을 비롯해 5가지 분야에서 국책과제를 진행 중이다. 만도·현대모비스 등 주요 부품 업체들도 시야 기반 지능형조향시스템(VISS)와 지능형 충돌예방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대부분 아직은 파일럿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미래 지능형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핵심 기술 개발과 더불어 자동차 관련 법·제도 등 환경 정비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레이더·적외선·초음파·카메라 등 기초 요소 기술력을 조기에 끌어 올리는 동시에, 주파수 기술 기준 도입 등 제도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