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55주년 비전 `첨단 소재와 감성의 창조자`](https://img.etnews.com/photonews/0909/200909110161_11052609_471552780_l.jpg)
제일모직이 오는 15일 창립 55주년을 맞아 ‘첨단 소재와 감성의 크리에이터’를 미래 비전으로 선포했다. 사명에 어울리지 않게 지난 55년간 ‘섬유→패션→화학→전자재료’로 사업 변신을 거듭해 온 제일모직이 앞으로 추구할 모습에 주변의 관심이 크다.
제일모직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변천사와 삼성 그룹의 성장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제일모직(대표 황백)은 지난 11일 경기도 의왕시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임직원과 협력사 대표 등 총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5주년 기념식을 갖고 이같은 비전과 성장·감성·상생의 3대 공유가치를 선언했다. 황백 사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재편기를 맞아 글로벌 삼성의 밑거름이 된 지난 55년의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에 나설때”라며 “제일모직만의 고유 기술로 첨단 신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하자”고 강조했다.
◇쉼 없는 변화=지난 1954년 직물사업으로 창업한 제일모직은 지난 1980년대 패션 사업에 진출한뒤, 1990년대 화학 사업, 2000년대 전자재료 사업 등 거의 10년 주기로 변신을 시도해왔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국가 대표 산업인 섬유 업종의 대표 기업이자 삼성 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다. 하지만 섬유 산업의 퇴조와 함께 제일모직은 본격적인 업종 전환을 추진, 전자제품용 합성수지 등 전자 관련 케미칼 사업에 뛰어든다.
지금은 휴대폰·모니터·TV·냉장고용 합성 수지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3위권에 진입했고, 친환경 난연 수지, 고기능성 내스크래치 수지 등 고부가 케미칼 시장을 선도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제일모직은 IT 산업이 급성장하기 시작하던 지난 1994년 또 한번 변화를 꾀했다. 반도체 회로보호재인 EMC 생산에 나서면서 신수종 사업인 전자재료 시장에 도전했다.
이후 지난 2002년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인 CMP슬러리를 양산하면서 전자재료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 놓았고, 이후 편광필름 등 디스플레이 소재까지 영역을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55년전 91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3조7278억원으로 급증했고, 고작 49명으로 출발했던 임직원수도 3118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약 70%를 케미칼과 전자재료 사업에서 벌어들이면서 제일모직은 벌써 첨단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LCD TV안에 제일모직=현재 우리나라 대표 상품이라는 LCD TV. 속을 들여다 보면 제일모직이 공급하는 20여종의 소재가 숨어있다. 케미칼 사업에서 생산하는 난연 ABS, 난연 HIPS, 내스크래치 수지, 폴리카보네이이트계 수지 등은 LCD TV의 외장을 꾸미는 기본 재료들이다. 여기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하는 EMC, CMP슬러리 등과 감광성 안료인 컬러레지스터, 도전성 접착필름인 ACF, 편광필름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까지 합쳐면 20가지가 넘는다.
특히 LCD 패널의 핵심 소재이자 대일 수입에 의존하던 편광필름의 경우 제일모직은 LG화학과 함께 국산화 확대의 숨은 공신이다. 지난 2007년 에이스디지텍을 인수한뒤 양산 안정화에 성공하면서 현재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제일모직이 끊임없는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 기술력을 키우는데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합성수지용 컬러를 디자인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설립한 ‘컬러랩’ 연구소가 대표적이다. 세계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삼성전자 보르도 TV와 소니 PS, HP 프린터 등의 외장재 컬러를 만들어냈다. 이밖에 케미칼연구소·반도체소재연구소·디스플레이소재연구소는 현재 주력 사업이자 미래 성장동력을 뒷받침하는 기술력의 산실들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