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아키텍처-기술제조그룹 양분

인텔, 아키텍처-기술제조그룹 양분

인텔이 엔터프라이즈와 모바일로 나뉘어 있던 제품 개발·마케팅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고 3명의 부사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차기 최고경영자(CEO)의 유력 후보였던 팻 겔싱어 부사장이 인텔을 떠나 EMC로 자리를 옮겼다.

 인텔은 14일(현지시각) 제품군별로 나뉘어있던 전체 조직을 인텔아키텍처그룹(IAG)와 기술제조그룹(TMG)으로 크게 양분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IAG는 PC·서버·모바일 등 인텔의 모든 제품군의 개발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최대 그룹으로, 션 맬로니 부사장이 영업과 운영을, 대디 펄뮤터 부사장이 제품과 아키텍처 개발을 각각 맡아 공동으로 책임지게 된다. TMG는 차세대 기술 개발과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그룹으로, 앤디 브라이언트 부사장이 총괄한다.

 인텔은 이번 개편으로 폴 오텔리니 CEO가 회사의 성장 전략에 더 집중하게 됐고 부사장들의 책임있는 조직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애널리스트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오텔리니가 경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다소 부담스러운 겔싱어를 내보내고 나머지 3명의 부사장을 중심으로 내부 경쟁 구도를 마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사이트64의 나단 브룩 애널리스트는 “겔싱어가 차기 CEO 후계자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걸 감지해 떠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로드포인트 암테크의 브라이언 마샬 애널리스트는 “겔싱어는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이윤을 창출하는데에도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면서 “앞으로 그는 EMC의 조셉 투치를 도와 최고 경영자의 꿈을 향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겔싱어는 1979년 인텔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x86계열의 80 486 프로세서 등 핵심 제품 개발에 두루 참여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에까지 올랐다. 또 마케팅과 조직 운영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보여 위기에 빠진 디지털 엔터프라이즈그룹을 인텔의 매출 절반을 담당하는 이윤 창출 조직으로 바꿔 놓기도 했다.

 EMC는 같은날 겔싱어를 정보인프라 제품 담당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다음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던 겔싱어는 EMC로 자리를 옮겨 곧바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이같은 발표에 뉴욕 주식시장에서 인텔의 주가는 전날보다 0.77%P 떨어진 19.36달러에, EMC의 주가는 0.12%P 오른 16.92달러에 마감됐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