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의 경제위기 극복 성적으로 증권 전문가들은 대부분 합격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전경련이 주요 수출산업 7개 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6.7%가 우리 기업들이 해외 경쟁기업에 비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산업의 선전을 우리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도 76.9%에 달했다. 단, 전문가들은 향후 1년 이내에 외국의 주요 기업들이 다시 추격해 올 것으로 전망하고, 남은 1년 동안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여 세계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요인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대부분의 업종에서 환율 효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밖에 업종별 주요 요인으로는 반도체의 경우 제품혁신, 생산효율의 향상이 각각 33.3%와 25.0%로 나타났으며, LCD 업종에서는 생산효율 향상이 28.6%였다. 또, 조선과 휴대폰 업종에서는 디자인 및 품질 등 제품혁신이 환율상승보다도 경쟁력 향상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디자인·품질 등 제품혁신과 함께 마케팅전략도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업종별 위기극복 요인으로는 휴대폰의 경우, 터치스크린폰과 같이 디자인과 품질이 획기적인 제품을 경쟁기업보다 1∼2분기 앞서 출시하는 공격적인 경영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부문은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에 따라 이미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위기극복에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와 LCD는 적절한 설비투자를 통해 가격경쟁력 우위를 유지하면서 경제 위기에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한편, 반도체와 LCD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는 1년 이내에 해외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 기업들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반도체, LCD 산업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은 2년 이내에 경쟁기업들이 추격해 올 것으로 예상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앞으로 1년이 해외 경쟁기업과의 격차를 벌이는 데 중요한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해 기업의 투자·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정책 우선과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안정적인 환율관리 이외에도 연구개발(R&D) 지원, 규제 완화, 원자재 수급안정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특히, 최근 쌍용차 사태 등 심각한 노사갈등이 야기되었던 자동차 업종의 담당 애널리스트의 69.2%가 노사관계를 중점적 정책과제로 제시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난 외환위기 이후 수출기업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품질을 높여 경쟁력을 제고해 온 것이 올해 상반기 고환율과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주력 수출 산업에는 기회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단, 해외 경쟁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전열을 정비해 추격을 시작하면 다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이 기회에 기업은 본질적인 체질개선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정부는 안정적인 환율 관리와 규제완화 등 기업 경영환경 개선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