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이미지 기술력이 ‘카메라 명가’로 만들어”

“탁월한 이미지 기술력이  ‘카메라 명가’로 만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들의 공통점은. 물론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기업 총수다. 또 하나 모두 사진 촬영이 취미다. 해외 출장 기간 혹은 업무 중 짬이 나면 둥그런 렌즈 안에 세상을 담기 바쁘다. 사진 촬영과 관련해 또 하나 닮은 점이 있다. 바로 이들이 사용하는 카메라 브랜드다. 공교롭게 모두 ‘캐논’이다.

 강동환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사장(56)은 “브랜드 힘도 있지만 그만큼 화질, 즉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캐논이 한때 진행했던 광고 슬로건이 ‘캐논인가, 아닌가’였습니다. 2000년대 중반쯤으로 지금도 그 문구를 기억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그만큼 캐논은 좁게는 카메라, 넓게는 이미지 기술에 관해서는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캐논은 ‘캐논=카메라’로 불릴 정도로 카메라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카메라의 명가’라는 별명이 빠지지 않고 따라붙는다. 카메라·프린터를 생산하는 업체 정도로 알고 있지만 캐논은 일본에서 도요타와 맞먹을 정도로 신뢰를 받는 국민기업이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비슷한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게이단렌 회장을 맡을 정도로 정부와 산업계에서 신망을 얻고 있다. 기업 가치를 보여주는 시가총액이 아시아 전체 기업 가운데 5∼6위권에 올라 있다. 소니에 비해서도 두 배나 높다.

 “캐논은 광학 전문 기업입니다. 광학은 말 그래도 빛을 다루는 기술입니다. 캐논은 창업 이후 반세기 넘는 기간을 ‘이미지’ 그리고 인접한 분야만 집중 투자해 왔습니다. 또 지독할 정도로 기술에 ‘올인’하는 기업입니다. 매년 매출의 7∼8%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미국 특허 등록 건수 면에서 매년 2∼3위를 오르내립니다. 카메라 대표주자로서 명성도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닙니다. 광학 핵심 기술에 집중하면서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은 결과입니다.”

 캐논은 특히 전문가용 카메라, 즉 ‘렌즈 교환식’ 제품으로 불리는 DSLR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부동의 1위’다. 국내에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캐논은 올해 상반기 DSLR 카메라 시장에서 판매 대수 기준 52%, 금액 기준 56%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시장 규모가 지난해와 엇비슷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 대수에서 10%포인트(p), 매출 기준은 9%p 늘었다. 단순하게 따지면 DSLR 카메라 사용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캐논 제품을 쓴다는 얘기다. 콤팩트 카메라에서도 18∼19%로 삼성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첫째는 기술입니다. 캐논 제품은 ‘디테일’을 표현하는 해상력도 뛰어납니다. 디테일을 잘 보존하며 보정 작업 후에도 크게 손상이 없습니다. 제품 라인업에서 단연 우위에 있습니다. 초급 사용자에서 사진기자·작가 등 전문가까지 모든 사용자층을 포괄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강점입니다. 렌즈군이 많다는 것도 캐논만의 이점입니다. 한마디로 시장을 세분화해 타깃 마케팅이 가능한 셈입니다. 여기에 캐논이라는 확고한 브랜드도 한몫했습니다.”

 강동환 사장은 “불황일수록 1등 브랜드를 찾는 수요 집중 현상이 강했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캐논 위상을 높인 데는 강 사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강 사장은 2006년 캐논코리아 출범과 함께 대표를 맡았다. 캐논은 직접 국내에 진출하기 전 LG상사를 통해 국내 시장을 공략해 왔다. 2000년 LG상사와 국내 판매 대행을 성사시킨 주역이 바로 강 사장이다. 그 인연으로 결국 국내 시장까지 책임지게 됐다. 그러나 한국은 다른 지역법인과 출발이 달랐다. 강 사장은 세계 50여 캐논 지사장 가운데 유일한 현지인이다.

 “캐논코리아는 모든 캐논 지사 중 유일하게 지역본부에 속하지 않고 일본 본사와 직접 통하는 조직입니다. 그만큼 본사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는 캐논을 직접 맡아 6개월 만에 DSLR 카메라 시장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지금까지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2위인 콤팩트 카메라도 연평균 10%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카메라 문화 확산을 위해 서울 신사동에 복합문화 공간 ‘캐논플렉스’를 열었다. 연면적 1400㎡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에 제품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교육장은 물론이고 사진 갤러리와 야외카페 등 문화 공간도 마련했다. 입소문을 타고 주말이면 1000명 가까운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일본과 다른 우리만의 특성이 있다고 봅니다. 국내에서 디지털 카메라는 이제 문화 아이콘입니다. 문화와 감성을 묶은 고객 위주의 마케팅을 펼치는 게 중요합니다. 캐논코리아가 처음 시도하는 캐논플렉스도 문화 마케팅의 일환입니다.”

 캐논코리아는 또 한국사진기자협회·한국사진작가협회와 같은 주요 사진단체를 후원하고 캐논 장학생 프로그램을 거쳐 불우한 사진 전공 학생을 지원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캐논이 필름 카메라 시대 최강자 니콘을 제치고 독주하기 시작한 건 얼추 10년 전이다. 주도권을 잡은 건 디지털 SLR카메라 ‘이오스(EOS) 시리즈’였다. 기술력의 상징인 전문가급 최상위 기종 플래그십 카메라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이 결과 ‘DSLR 두 대 중 한 대는 캐논’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나 강 사장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면서 위험한 시기입니다. 2위는 경쟁업체를 쫓아가면 되지만 1위는 모든 걸 스스로 개척해야 합니다.”

 강동환 사장은 “국내 비즈니스에서도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싶지만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업으로 캐논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강동환 사장은 누구

 강동환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LG상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혈혈단신으로 자카르타 지사를 개척하는 등 수출 역군으로 전 세계를 누볐다. 새너제이와 LA 지사장을 거쳐 LG에서 부사장을 달 정도로 잘나가는 ‘LG맨’이었다. 상사 시절 처음으로 단순 제품이 아닌 플랜트를 수출해 이름을 날렸다. 강 사장은 “상사 주재원 시절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술에서 설비까지 모두를 공급하는 플랜트 수출이 가장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캐논이라는 회사 매력에 빠져 캐논코리아 대표를 맡은 지 올해로 3년을 맞았다.

 전형적인 한국과 일본 두 기업을 경험한 강 사장이 바라보는 일본 기업의 강점은 기다림과 준비성이었다. 오히려 우리는 일본 기업이 속도가 느리다고 비판하지만 이를 최고의 강점으로 꼽았다. 국내 기업은 당장 수익 면에서 눈앞에 보이는 사업에 집중하지만 일본은 오히려 3∼5년, 필요하다면 10년 이상을 보면서 기업을 꾸려 간다는 것. 경영자도 이에 맞춰 체계적인 경영 수립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카메라 업계 수장의 카메라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강 사장은 아직도 카메라에 관해서는 ‘아마추어’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캐논 대표라는 직함 때문인지, 실력 때문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교회에서 사진반을 이끌고 매월 회원이 늘 정도로 가장 활성화된 교회 커뮤니티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캐논은 어떤 회사

 캐논은 1933년 ‘한사캐논’이라는 이름으로 카메라 개발을 시작해 1937년 캐논으로 재출범했다.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카메라 역사를 주도하며 렌즈의 걸작품 ‘세레나’에서 DSLR 카메라 역사를 새로 쓴 ‘이오스(EOS)’ 시리즈,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디지털 카메라 ‘익서스(IXUS)’ 시리즈를 선보여 최고의 카메라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은 거품 경제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 불황을 겪었다. 이 시기 일본 간판기업인 소니·도시바·히타치 등이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캐논은 1999년 이후 매년 최고 실적을 갈아 치우며 도요타와 함께 일본 대표기업으로 자리 매김했다. 캐논의 경영 방침은 기업 이념인 ‘공생(共生)’으로 압축할 수 있다. 1987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포한 제2의 창업 비전으로 ‘회사의 성장과 번영을 통하여 인류 번영과 행복에 기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캐논은 ‘존경받고 친근한 이미지 기업’을 목표로 3단계로 나눠 공생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1996년부터 추진한 1단계는 사업 선택과 집중을, 2001년부터 추진한 2단계에서는 ‘주력 사업 세계 1위 달성’을 기치로 고수익 체질을 다졌다. 2006년부터 추진한 3단계에서는 모든 중요 경영 지표에서 세계 상위 100대 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한국에는 캐논 본사에서 100% 투자하는 방식으로 2005년 9월 진출했다. 2006년 3월 정식 법인 등록 후 6개월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단숨에 1위 자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