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에서 후공정 장비를 시작으로 장비 국산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LED 장비 전문 업체들이 잇따라 국산 제품을 개발하고 수주 경쟁에 가세하면서 안방을 차지했던 해외 업체들을 서서히 밀어내는 분위기다. 전공정 핵심 장비인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만 국산화에 성공하면 장비 산업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LED 산업 전반의 기초 체력도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LED 장비 업체들을 중심으로 에피웨이퍼를 가공한뒤 LED 칩을 만드는 공정과 이를 다시 제품화하는 패키징 공정용 장비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삼성LED·LG이노텍 등 국내 LED 칩 업체들의 대규모 양산 투자를 겨냥해 장비 전문업체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인 프로텍(대표 최승환)은 최근 LED 칩 보호용 실리콘 주입 장비인 디스펜서를 개발, LG이노텍 등 대기업의 공급 계약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 이 회사는 하반기 디스펜싱 장비로만 100억에 가까운 수주 실적을 올렸다. 일본 무사시가 80% 이상 장악했던 국내 시장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텍이 개발한 디스펜싱 장비는 공기압을 이용했던 기존 제품과 달리 스크류 분사 방식을 구현해 성능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LED 칩을 리드프레임에 올리는 ‘다이본딩’ 장비는 탑엔지니어링(대표 김원남)이 개발에 성공, 현재 수요 업체로부터 양산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탑엔지니어링은 리드프레임 등 외부단자 사이를 접합해 전기 신호를 연결해주는 장비인 ‘와이어본더’도 개발중이다. 삼성테크윈(대표 오창석)도 LED 공정용 와이어본더와 칩 마운터 등의 개발을 검토 중이다. 이들 장비는 네덜란드 ASM이 전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대표적인 국산화 취약 품목이다.
이밖에 검사 공정에 사용되는 테스트 핸들러는 미래산업(대표 권순도)과 에이피텍(대표 주재철) 등이 속속 개발에 나서면서 일본 시부야·니혼가타 등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에피웨이퍼 전공정 이후 칩 제조를 위한 공정 장비도 국산화 대열에 합류했다. 큐엠씨(대표 유병소)는 시간당 1만개 이상의 LED 칩의 품질을 분류할 수 있는 검사 장비를 개발, 최근 LG이노텍에 공급했다. 이 회사는 사파이어 기판을 레이저로 잘라내는 ‘스크라이빙’ 장비와 LED 칩 분류장비인 ‘소터’ 등도 선보이고 있다. 티에스이(대표 권상준)도 LED 칩 검사장비를 개발해 삼성LED에 공급한 바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후공정장비들이 비록 부가가치나 중요성 측면에서 다소 떨어지더라도 국산화가 진전되면 국내 LED 칩·패키징 업체들의 경쟁력에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제 핵심 장비인 MOCVD만 국산화에 성공하면 국내 LED 장비 산업의 풀 라인업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