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바보는 한 끗 차이’라는 말이 있다. 오래전부터 인류 문명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적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경험으로부터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그러한 사람들이 나타나는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치료책도 대응 방법도 사실상 손에 넣지 못했다. 정신의 세계 그리고 마음의 세계는 인류가 오래도록 탐구해 왔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이었고, 정신적인 면이 평범한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들은 언제나 인류에게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장르 SF는 이렇게 정신적으로 특별한 세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여기에서는 주로 정신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존재에 대한 인류의 오랜 의문과 두려움을 메인 테마로 삼고, 의학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치료하려고 애쓰거나, 정신 지체아들이 알고 보니 인간을 능가하는, 특별한 존재였다는 식의 파격적인 설정을 도입하는 등 SF라는 장르의 속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다니엘 키즈의 장편 ‘앨저넌에게 꽃을’은 정신적으로 지능이 부족한 사람을 외과적인 수술을 통해 일시적으로 천재로 만들지만, 의학적인 한계로 인해 다시 바보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SF 소설은 1969년 ‘찰리’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주연을 맡은 클리프 로버트슨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기기도 했고, 심지어 2002년 일본과 2006년 한국에서 잇달아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앨저넌에게 꽃을’은 무척 널리 알려진 고전이지만, 작품이 전달하고 있는 깊은 인간애는 쓰여진 지도 벌써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읽어도 큰 감동을 남긴다. 다니엘 키즈는 여기에서 정신지체아의 시각을 통해 인간 사회 전반을 통찰하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의학적 발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과학 만능주의에 대하여 얼마간 반성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가까운 근 미래를 무대로 자폐아의 시각에서 쓰여진 SF 중 최고작으로 꼽히는 것은 2003년 발표된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이다. 엘리자베스 문은 다이나믹한 모험 활극 중심의 팬터지와 SF물로 이름을 얻은 중견 여류 작가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폐증을 보이고 있는 아들을 직접 키우면서 누구보다도 가슴 아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이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절제된 언어와 처분한 분위기 속에 철저히 자폐아의 시각에서 인간 세상을 완전히 새롭게 바라다보는 ‘어둠의 속도’와 같은 작품을 낳게 했다. 평범한 인간들의 삶이 하나하나 자폐아의 입장에서 완전히 해체되고 전혀 다른 각도에서 치밀하게 재해석됨으로써, 독자는 SF가 전달하는 경이를 경험하게 된다.
2001년 캐빈 스페이시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진 브류어의 ‘케이 팩스’는 정신병원을 무대로 하고 있다.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정신병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그가 실제로 인간을 능가하는 여러 기적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신박약 또는 비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일군의 사람들이 실은 평범한 인간이 갖고 있는 한계를 벗어난 더 진화한 존재라는 내용의 SF가 쓰이기도 했다. 1953년 처음 출간된 시어도어 스터전의 대표작 ‘인간을 넘어서’에서는 정신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개별적인 육체의 경계를 벗어나 정신적으로 합일체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경지로 진입해 간다는 이야기를 다룬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자폐아들이 오히려 수학적 계산이나 암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는 것에 착안한 이 작품은, 고도의 능력을 가진 정신 이상자들의 모습이 어쩌면 인류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특별한 비전을 보여준다.
김태영 공학박사, 동양공업전문대학 경영학부 전임강사 tykim@dong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