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 완벽하지 않으면 출시 안한다"

"스타크래프트2, 완벽하지 않으면 출시 안한다"

 올 초 세계적인 게임잡지인 영국의 ‘디벨로프’에서 발표한 세계 게임개발사 순위 100을 보면 세계 게임 시장의 판도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대망의 1위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와 ‘스타크래프트’로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사임을 입증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다. 전 세계 1위 온라인 게임 기업으로 발돋움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2009년 1분기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3억14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를 월 매출로 환산하면 약 1억달러를 한 달에 벌어들인 셈이다. 11년째 역대 최고의 흥행성적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 ‘타이타닉’의 흥행 수입인 6억달러의 기록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6개월 수익에 불과할 정도다. 세계 1위의 게임사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모하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만나 게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게임이란 즐거움을 얻기 위해 일련의 규칙을 따르는 행위입니다(Game is activity with set of rule of entertainment).”

 모하임 사장은 게임을 한 문장으로 이렇게 정의했다. 그에게 게임은 의외로 단순했다. 전략적 분석보다는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목적을 위해 정해진 규칙에 따라가는 것이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가 가진 게임에 대한 철학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사용자들이 가장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게임 자체로서의 재미와 재밌게 만들고 재밌게 즐긴다는 3가지 ‘재미’를 게임에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카드게임을 하며 게임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한두 시간씩 카드 게임을 하는 건 경쟁과 전략, 도전을 즐기는 저에게 딱맞는 놀이 문화였습니다.”

 모하임 사장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하던 카드게임이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전 세계 1위 기업의 CEO가 말하는 게임의 시작은 추억의 놀이였다. 모하임 사장은 그런 즐거움이 게임 산업의 바탕에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게임은 늘 최고의 인기다.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서만 300만장 넘게 팔렸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세계 1000만명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게임만 내놓습니다. 내부에서 여러 게임을 개발하고 있지만 확실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만을 선택하고 집중합니다.”

 게임 수가 적지만 블리자드가 내놓는 게임 하나하나가 히트작 반열에 오른 이유다. 그에게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스타크래프트2’의 공개 일자를 묻자 그의 대답은 ‘게임이 완벽하게 나오는 시점이 곧 출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 출시 일정은 완성도에 따라 다르다”며 “게임 개발에 시한은 없으며 만족할 수준이 아니면 발매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개발 일정에 밀려 불만족스러운 게임을 무리하게 발매하기 보다 늦더라도 완벽한 게임을 내놓는 게 게이머들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10년 후 시장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를 물었더니 모하임 사장은 ‘인터넷 이용과 쉬운 입력 시스템’이 게임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요인이라고 예측했다.

 “브로드밴드 인프라와 PC 사양이 게임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요즘 앱스토어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온라인 게임 역시 소셜네트워킹을 통한 커뮤니티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또, 닌텐도 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나탈’과 같이 좀더 쉬운 입력시스템이 게임 산업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는 SNS와 피지컬인터액션(Physical Interaction)에 기반한 새로운 게임이 향후 10년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을 하는 방법을 모르고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누구나 게임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바인(미국)=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사장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마이크 모하임(Mike Morhaime)은 블리자드가 세계 최고의 글로벌 게임 개발사로 성장하고 게임 업계를 이끄는 선두주자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는 데 이바지한 핵심 인물이다.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모하임은 1991년 2월 알렌아담 및 프랭크 피어스와 함께 블리자드의 전신인 실리콘 앤 시냅스를 공동 설립했다. 모하임의 전략적 주도하에 블리자드는 서드 파티 개발업체에서 현재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퍼블리셔로 발돋움했다.

 1998년 봄까지 블리자드의 부사장을 역임한 모하임은 창립 후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블리자드를 미국·유럽·아시아 지역에서 3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그는 워크래프트의 네트워크 프로그래머를 시작으로 워크래프트2 핵심 프로그래머, 디아블로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스타크래프트 프로듀서,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 선임 프로듀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선임 프로듀서 등 블리자드의 모든 히트작에 참여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5번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을 달리면 어바인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본사에 도착한다. 블리자드 캠퍼스로 불리는 이곳은 2만2000㎥부지 3개 빌딩 구성됐으며 약 12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블리자드 캠퍼스에 들어서면 중앙 마당에 설치된 ‘워크래프트’ 오크 늑대 기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이 동상은 작은 모형으로 제작돼 블리자드 모든 직원에게 선물 되기도 한 것으로 블리자드의 상징이다.

 메인 빌딩으로 들어서면 블리자드를 방문한 사람은 반드시 들른다는 박물관이 나타난다. 블리자드 박물관에는 지금까지 발매된 블리자드 게임은 물론 그에 얽힌 이야기도 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전시품은 이라크전에 파병했던 워크래프트 팬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베타 테스트에 참여하고 싶다고 보낸 편지다. 이라크전에서 무사히 돌아온 그는 베타테스트에도 참여했고 본사를 방문했다는 내용이 소개된다. 박물관 위층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개발팀이 본관 좌우의 2개의 건물에는 스타크래프트2와 디아블로3 등의 개발팀이 근무하고 있는데 철저한 보안으로 외부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1991년 실리콘 앤 시냅시스라는 작은 개발업체로 시작한 블리자드엔터엔먼트는 ‘워크래프트’를 시작으로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발매하는 게임마다 큰 성공을 거뒀다.

 워크래프트:오크&휴먼(Warcraft:Orcs & Humans)을 출시하기 전의 블리자드는 MS 도스와 매킨토시, 세가 제니시스(Sega Genesis), 슈퍼 NES(Super NES)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위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외주 개발 업체로 시작했다. 로큰롤 레이싱, 로스트 바이킹스, 블랙쏜 등이 블리자드의 초창기 대표작이다.

 블리자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레인 오브 카오스, 디아블로3, 스타크래프트 등 초대형 히트작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해마다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블리자드의 최신작 월드오브워크래프트:리치 왕의 분노는 2008년 11월 북미, 라틴 아메리카, 유럽, 한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홍콩, 마카오에서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 출시 첫날 하루에만 280만 카피, 발매 1개월 만에 400만 카피 이상을 판매하여 PC 게임 부문에서 최단 시간 최대 판매의 기록을 세웠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전 세계적으로 유료 가입자 수가 1150만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