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터넷 업계에서 한 획을 그은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성공 키워드는 ‘글로벌 환경에 어울리는 개방성’으로 모아졌다. 이들은 인터넷 업체에게는 국내외 고객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경영을, 정부에게는 인터넷 세상의 자율성을 믿는 열린 정책을 부탁했다.
지난 18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리프트 아시아 09’에서 허진호·이재웅·이동형 3인의 인터넷 벤처 창업자들은 ‘한국 인터넷 20년’이라는 주제로 패널 토론을 가졌다. 황순현 엔씨소프트 상무는 사회자로 패널 토론을 이끌어갔다.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인터넷 1세대로 지난 94년 최초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아이네트를 설립했다. 이재웅 다음 설립자는 95년 다음을 설립, 한메일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동형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원조 격인 싸이월드 공동 창업자다. 세 명 모두 인터넷 업계에서 ‘최초’와 ‘성공신화’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대가들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묻는 황순현 상무의 질문에 이동형 싸이월드 설립자는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 인터넷 업체들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고객을 자신들의 테두리에 가두는 방식을 선택했다”며 “한국에서 만들어진 많은 인터넷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러한 폐쇄성으로 인해 세계화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동형 싸이월드 공동창업자는 “인터넷 서비스는 사용자 참여가 기반이기 때문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당 공동체의 결과물이어야 한다”며 “일본 인터넷 공동체의 일원인 기업이 일본인에게 우리 서비스를 사용해달라고 하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다음 설립자는 “혁신은 다양성과 같은 맥락이며 여기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온다”며 “과거 산업 사회 발전의 원동력은 획일성이었는데 인터넷은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는 산업화 세대와 인터넷 세대가 서로 대결만 펼쳐왔는데 앞으로는 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개방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진호 회장은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은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고 말할 정도로 고립성이 강하다”며 “특히 규제는 질식할 정도로 강한 반면 그 적용은 매우 유연하다”고 꼬집었다. 허 회장은 “역기능의 해결이 서비스 전체를 막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자율 정화를 믿고 공정한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모두 최근 인터넷 산업이 폐쇄성과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맞고 있지만 곧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놓치 않았다. 이재웅씨는 “상황은 언제나 어렵지만 인터넷 서비스는 의사결정이 빠른 벤처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진호 회장도 “기술이나 현지화 수준이 매우 높은 우리 인터넷 산업에 아직 부족한 글로벌 경영 경험이 채워지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순현 상무는 패널 토의를 정리하면서 지금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문제지만 몇 년 전만해도 정부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한 투자를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IT 버블이 꺼진 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어떤 산업이든 겨울은 있는 법이고 봄은 온다”는 말을 인용, 보다 나은 인터넷 세상과 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제주=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