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前회장 시골여관 CEO로 변신

미국 인텔사에서 지난 5월 퇴사한 크레이그 배럿 전회장(69)이 미국 북서부 몬태나주 목장인 ‘트리플 크리크 랜치’에 자리잡은 고급 여관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18일 전했다.

배럿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서 직장 생활 대부분을 보냈고 속도가 성패를 좌우하는 첨단 정보기술(IT) 업계에 몸담아 왔지만 지금은 휴대전화 통화도 잘 되지 않는 시골 농가의 여관 주인으로서 고객들에게 느리고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 여관 주인으로의 변신은 외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배럿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배럿과 배럿의 부인 바버라는 둘다 외부 활동을 즐기고 자연 생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럿은 젊은 시절 산림 경비원이 되려고 했으나 당시 미 스탠퍼드대에 산림학에 대한 학위 과정이 없는 걸 알고 전공을 재료공학으로 바꿔 박사 과정을 밟았다. 시골 출신인 부인 바버라는 핀란드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으며 노년에 접어든 나이지만 우주 관광객으로 참가하기 위해 훈련을 받고 있다. 배럿 부부는 1988년 몬태나주 목장을 처음 방문, 수려한 자연 경관과 친절한 서비스에 반했고 이후 1993년 트리플 크리크 목장을 사들였다. 배럿은 인텔 CEO로 재직하던 시절에 인텔 임원들을 목장으로 직접 초청해 수시로 파티를 갖기도 했다.

배럿은 여관을 찾는 고객을 접대하고 목장을 관리하는 데 인텔 CEO와 회장으로서의 경험을 십분 살리고 있다. 배럿의 목장과 여관을 찾았던 고객들은 배럿의 경영 노하우에 대해 칭송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고객 중 한 부부는 여관에서 첫 밤을 보내고 관광길에 나서려는 데 차량이 티끌 하나 없이 세차된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고 다른 부부는 2년만에 다시 찾아왔는데 종업원들이 자신들이 샐러드로 주로 먹는 채소의 종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배럿은 “고객들이 가족의 품에 안겨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끼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우리 여관에 머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