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이현우 차세대이동통신 PD
임철수 U컴퓨팅 PD
정수환 지식정보보안 PD
한만철 IT융합 PD
※사회-이진호 전자신문 신성장산업부 차장
◆일시 및 장소= 2009년 9월 17일 오후 4시,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사회=산업 분야별 점검에 이어 종합적인 토론을 통해 IT산업 정책의 방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IT특보 선임, IT코리아 5대 미래전략 발표 등 그 어느 때보다 정부 의지도 높다. 좋은 방향을 도출해 옳게 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좋은 의견을 제시해달라.
△임철수 PD=그린IT 이슈를 처음 잡았을 때 혹시 지나가는 화두는 아닌지, 정권이 바뀌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 강화와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란 큰 축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주제를 잡았다고 본다. 그린IT 전략을 종합적으로 도출하고 이슈로 만들어서 국가적인 시책으로 끌고 가는 것은 굉장히 잘한 것이라 평가한다.
미국·유럽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지역까지 그린IT 주제를 내걸면 굉장히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얼마전 모로코·알제리 등을 방문해 그린IT 관련 프로젝트와 내용을 설명하자, 차관급이 나서 담당 실무자에게 묻고 답을 들으려 하는 것을 보고 잘만 만들면 세계적인 이슈를 잡은 것이라고 느꼈다.
△한만철 PD=최근 발표된 IT코리아 5대 미래전략 발표로 작년 내놓았던 뉴IT 발전전략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보다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지도가 만들어졌다. 100년 이상 유지돼 온 전통산업이 ‘융합’이라는 변화의 시기에 와 있다. 자동차·조선·의류·섬유 등 모든 것이 변화해야하는 시기는 곧 기회기도 하다. 변화가 있을 때 우리가 먼저 방향을 잡고 실력을 쌓는다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변화가 없다면 새로운 기회도 안 만들어진다. 반도체·조선·자동차 등 1등 산업을 하나둘씩 늘려갈 수 있는 좋은 찬스다. 그 핵심이 IT융합이다.
△정수환 PD=미래사회로 가는 신규 서비스산업 창출이 중요하다. 그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하드웨어도 있지만 소프트웨어(SW)다. 미래성장의 엔진은 소프트파워에 있다. SW산업을 국가적으로 확 밀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말은 나오는데 실질적인 액션플랜이 미흡하다. 이제는 우리도 내셔널 프로젝트 규모의 대형 과제를 SW, 정보보안 분야에서 한 번 만들어 충분히 산업화로 갈 수 있어야 한다. 과거 TDX·CDMA처럼 크게 만들어갈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기존에 해왔던 것만 하지 말고 새로운 창조적 영역에 도전해야 한다.
△사회=여전한 영역 간 칸막이와 예산이 문제다. 이런 문제들이 IT정책 진행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개선점을 제시해달라.
△이현우 PD=관련 부처 간, 산업기술연구회·기초기술연구회 간 매끈하게 조율되는 구조가 아쉽다. R&D 실행 기관이나 참여기관 등이 아직도 당황해 하는 예가 종종 있다. 해외와 관련되는 프로젝트일 때도 해외기관이 헷갈려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종합적으로 컨트롤하고 기획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만철=IT융합 부문만 하더라도 현장에서의 기술 수요가 많다. 산업 원천기술 수요조사를 해보니까 산업융합에만 155건이 접수됐다. 그런데 정해진 예산안에서 지원을 하다보니 지원할 수 있는 과제는 10개 정도에 그친다. 아쉽다. 융합 부문이 6개 주력산업에서 10개 주력산업으로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에 뒷받침되는 가용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
△임철수=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레고블록을 맞추듯이 누구는 어딜 맡고, 누구는 어떤 분야를 할 것인지 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국가 R&D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하고 거기에 맞는 기획과 다함께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PD실도 분야별로 독립적으로 따로 파고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PD실 간 융합된 과제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과 국가 경제에 크게 임펙트를 줄 수 있는 대형 과제를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것도 필요하다.
△정수환=IT와 전통산업의 융합이 강조되고 있지만, IT산업 내에도 융합이 중요하다. 로봇과 네트워크, 보안과 인프라,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등 IT산업 내 융합도 굉장히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에너지와 전력, 제조업과의 융합이 물론 중요하고 크지만 IT 내에서의 융합도 중요하다.
△사회= IT 부문이 사실상 수출과 경기 회복의 선도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성장에너지를 지속할 수 있는 대책이나 방안으론 어떤 것이 있을까.
△임철수=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은 시장 규모도 크고 이미 세계 톱3 안에 들어와 있다. 지금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 중에선 한창 잘나가고 있지만 향후 5년 내에 힘들어질 수 있는 산업도 있다. 지금은 시장 점유율이 좋지만 5년 안에 위협받을 분야도 분명히 있다. 3년, 5년, 10년 후에 잘나갈 수 있는 거 만들고 키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안목과 인내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오늘 잘 나가고 있는 부분들에 힘을 주고 다음에 바통을 이어받을 부분들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잘 짜야 한다.
△정수환= 지금 IT가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70, 80년대에 우수한 인력이 IT 분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인력의 아웃풋이 정부와 기업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태를 봤을 때 우수한 인력들이 IT 분야에서 비전을 갖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하는 의지가 과거와 비교해 굉장히 떨어진다.
아직도 중국이나 인도·일본에선 최고로 우수한 인력이 IT에 유입되고 있다. 양적으로는 모르겠으나 높은 수준의 인력이 부족하다.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비전 갖고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은 약간 뒤져 있는 신흥강국에 밀릴 수 있다.
△한만철=기술적 추세가 그렇지만 IT만의 제품을 갖고는 예전에 우리가 일궜던 글로벌 스타상품을 만들기 어렵다. 교육과정도 융합형 커리큘럼이 많이 생겨야 한다. IT가 더 시장을 늘리고 키우려면 산업과의 융합이 중요하다. 융합형 제품이 늘어나기 때문에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융합형 인재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현우=8월 수출 실적을 보면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순이었다. 휴대폰의 평균 판매 단가가 올해 말까지만 떨어지고 내년부터 다시 올라가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의 시장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젠 하드웨어만 잘 만든다고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어진다. SW·애플리케이션·사용자인터페이스(UI)의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사회=향후 IT정책에 있어 중요하게 쥐고 가야할 원칙이나 방향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임철수=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R&D기 때문에 산업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건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당장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현재의 대표주자를 넘겨 받을 만한 차세대 주자를 육성하는 측면에서 참고 인내하면서 대응하자는 자세도 필요하다. 방향이 맞다면 집중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 원천기술을 더 육성하고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집중해야 한다.
△이현우=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모든 분야를 다 만족시킬 수 없다. 결국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민간에 맡길 것은 과감히 맡기고 조금만 투자해도 세계 1위가 될 수 있는 분야, 더 많은 힘을 쏟으면 1위보다 값진 2위가 될 산업을 가려야 한다. 취약 부분이지만 절대 버려선 안 될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모든 분야 골고루하는 전략은 안 된다.
△한만철=과거보다는 남들이 안하는 기술 개발을 처음하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돈도 많이 들어가고, 실패할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실패를 허용하는 R&D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한번 실패하면 페널티로 참여 제한을 하고 불리한 시책을 해왔다면 바꿔야 한다. 물론 검증은 철저히 해야 한다. 성실히 했는데 실패했다면 오히려 격려해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수환=국가적인 미래전략 기획을 할 때 너무 단기간에 엄청난 새로운 기획들이 만들어지고, 민간에 철저한 검증을 받는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 같다. 기획단계를 좀 장기적으로 갖고 가면서 이 기획이 제대로 된 것인지, 민간에 검증을 받은 뒤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가 드라이브할 분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국가의 기획 프로세스도 필요하다면 검증받아야 한다. 상·하위 프로젝트 간 연계도 필요하다.
△사회=장시간 좋은 의견과 토론 감사하다.
정리=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