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의 영화사업을 관장하는 딕 쿡 대표<사진>가 지난 18일(현지시각)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할리우드가 당혹감에 휩싸였다. 쿡 대표의 사의 표명은 디즈니가 세계적 만화업체 마블엔터테인먼트를 4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지 3주만에 일어난 일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할리우드와 현지 외신들은 그의 사퇴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로버트 아이거와의 불협화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이거가 지난 5월 한 컨퍼런스에서 디즈니스튜디오의 최근 실적들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표현했던 일을 일례로 들고 있다. 지난 상반기 선보인 ‘베드타임스토리’ ‘레이스 투 윗치 마운틴’ ‘G포스’ 등이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반기부터 ‘더 프로포잘’ ‘해나 몬테나’ ‘Up’ 등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회복세를 보였으나 쿡과 아이거 사이에 회사의 운영 방향을 두고 이견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LA타임즈는 그가 최근 측근들에게 “나는 (아이거의 비즈니스 방향에) 적절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말한 것을 전하면서 이같은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블룸버그는 그의 사퇴가 경쟁관계였던 마블을 인수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딕 쿡 대표는 디즈니랜드의 증기기관차 운행사로 디즈니에 입사한 뒤 탁월한 창의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디즈니스튜디오의 수장에 임명됐다. 38년간 근무하면서 ‘타잔’ ‘토이스토리’ 등 세계적인 히트작 63편을 만들어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제작자로 평가받아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