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사건이 발생하기 1년 전인 1988년 중국 광둥성의 선전 경제특구. 런정페이와 6명의 동업자는 자본금 260만원의 통신장비 대리점을 개업한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3위. 언젠가는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는 화웨이의 시작이다. 창업 20년만에 화웨이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북미와 유럽의 강자를의 뒤를 잇고 있다. 뒤를 잇는다는 표현보다는 ‘장강후랑최전랑(長江後浪催前浪)’이 더 어울릴 수도 있다. 도도히 흐르는 물결 화웨이가 강자들 하나하나를 밀어내고 있다.
화웨이는 IT기술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은 물론 2세대(2G), 3세대(3G)를 넘어 모바일와이맥스와 롱텀에볼루션(LTE) 등 4세대(4G) 통신시장의 주요 기술에서도 주도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휴대폰에서도 지난 2분기 630만대를 판매, 8위에 올랐다. 4분기에는 유럽 8개국에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펄스’도 출시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화웨이는 여전히 ‘중국산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가격 경쟁력만 부각되기 때문이다. 단시간 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국내 언론에는 여전히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화웨이의 심장을 방문했다.
홍콩에서 1시간 여를 달려 화웨이 본사가 위치한 중국 선전으로 향했다. 선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중국 출입국사무소를 통과해야 한다. 몇 년전 개인 용무로 선전을 방문했을 때 2시간 가까이 걸렸던 입국 절차를 떠올리니 살짝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선 모든 절차가 10여분 만에 끝났다. 심지어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마중나온 운전기사와 차가 갖는 ‘화웨이 프리미엄’ 때문이라는 점을 곧 알았다.
중국의 첫 경제특구인 선전은 넓은 도로와 빼곡히 들어선 마천루로 가득하다. 이곳에 화웨이 본사가 위치해 있다. 화웨이 본사는 1.3㎢ 규모에 관리센터, 마케팅센터, 데이터센터, 화웨이 대학으로 불리는 트레이닝센터, 물류센터, 중앙 데스킹센터, R&D센터, 제조센터, 직원아파트 등 총 9개의 센터로 구성돼 있다.
◇전세계 최고 기업 ‘가시권’=정문의 삼엄한 경비를 지나고 나서 본사 건물의 홍보관에 들어섰다. 화웨이 본사의 홍보관에는 화웨이가 진행하고 있는 4가지 사업(통신망 인프라, 소프트웨어, 화웨이 서비스, 단말기)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몇 년 전 해외 정보통신전시회에서 방문했던 초라했던 화웨이의 전시관이 떠올랐다. 화려하게 치장했던 다른 업체와 달리 제품과 기술에 대한 로드맵을 소개한 패널만 걸려 있었다. 패널에는 유무선, 광 등 안하는 것 없이 다하겠다고 적혀 있었지만, ‘욕심이 과하다’고 평가절하했던 기억이 스쳐갔다. 불과 수년만에 화웨이는 그 전시회 패널 속에서 빠져나와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홍보관에는 화웨이의 성장을 상징하는 제품과 이를 통해 일궈낸 성과들이 꼽을 수 없을 만큼 가득찼다.
통신망 인프라 분야에서 화웨이는 이동통신 장비를 비롯해 IP네트워크 장비와 광전송장비들을 공급하고 있다. 화웨이는 GSM, CDMA, WCDMA 장비 시장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광전송과 차세대네트워크(NGN) 코어, 액세스 시장에서는 1위다. IP네트워크 중 라우터 시장에서는 시스코와 주니퍼의 뒤를 이어 3위다. 네트워크 전 분야에서 3위 이내에 있는 유일한 회사가 화웨이다.
화웨이는 대부분의 네트워크 장비와 관련 부품을 자체 기술로 제작한다. 광네트워크의 핵심 칩셋(ASIC)은 물론 휴대폰에 사용되는 베이스밴드 칩셋까지 직접 만든다.
홍보관 안내를 맡은 직원은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칩셋 설계를 시작했다”며 “연간 160만 개의 칩을 직접 생산, 사용하고 있으며 높은 기술을 요하는 베이스밴드 칩셋 역시 자체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네트워크 장비는 일반전화망(PSTN)과 차세대네트워크(NGN)망, IMS, 광전송(FTTX) 등 통신사업자가 간단하게 보드만 바꿔 끼울 수 있는 ‘호넷 VA5000’이 전시돼 있었다.
통신사업자가 요구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간편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콤보 형태로 장비를 만든 것. 지난 2003년부터 상용화돼 사용되고 있는 이 장비는 전력 소모를 50% 이상 줄이는 한편 공간도 절약할 수 있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광전송 장비는 칩셋부터 발열을 줄여 냉각팬을 없앴다. 소음을 줄이고 전력소모도 적어졌다.
◇4G 시장 주도권에 도전=화웨이는 올해 1분기 세계 CDMA 장비 시장에서 3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1분기 공급한 송수신기(TRX) 출하량만 24만9000대로 지난해 공급한 22만대를 이미 넘어섰다.
이어 GSM 시장의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은 23%, WCDMA 시장에서는 2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화웨이는 올해 4세대(4G) 시장을 겨냥해 LTE를 상용화 시켰다.
이 같은 성공 뒤에는 통신사가 원하는 적절한 장비를 개발해 적기에 공급한 화웨이의 저력이 있다. 화웨이의 싱글랜(Single RAN) 장비는 GSM, CDMA, UMTS를 동시에 지원한다.
보드 형태로 만들어진 인터페이스 카드를 넣는 것만으로 통신사업자는 2G부터 3G까지 모든 서비스가 가능한 것.
로스 간 화웨이 기업브랜딩 총괄매니저는 “독일에서 텔레포니카가 싱글란을 도입한 이후 가입자가 300% 상승하고 총소요비용이 30% 이상 감소하는 등 큰 효과가 있었다”며 “LTE 역시 북유럽 최대 통신사업자인 텔레소네라와 상용 시연 성공에 나서 다가오는 4G 시대에 화웨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 7월 미국 텍사스에 LTE 연구소를 개설한데 이어 이달 초에는 T-모바일이 세계 최초로 오스트리아 인스브룩에서 실시하는 LTE를 활용한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 (NGMN) 기반 멀티유저 브로드밴드 서비스 테스트에 LTE 장비를 공급했다.
◇친환경 기지국에 휴대폰 시장도 강세=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에 대한 연구도 한창이다. 화웨이는 40Mbps의 상용 네트워크 장비들을 공급하고 있다.
전시관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화웨이의 ‘그린 사이트’였다. 기지국을 별도의 전력 없이 태양과 바람의 힘으로 운영하는 개념이다. 수년전부터 화웨이는 해발 6000m의 에베레스트 산 고지에 차이나모바일과 함께 기지국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제조자생산방식(ODM) 방식으로 공급하는 휴대폰과 초소형 기지국 펨토셀, 형형색색의 HSDPA 모뎀도 인상적이었다.
화웨이 관계자는 “휴대폰의 경우 자체 브랜드가 아닌 통신사 브랜드로만 판매하고 있다”며 “브랜드는 미약하지만 제품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단말기 분야는 화웨이의 전체 매출 중 17%를 차지하는 만큼 비중이 높다”고 밝혔다.
선전(중국)=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화훼이 본사의 주요 시설
홍보관을 나와 화웨이의 데이터센터를 방문했다.
데이터센터는 화웨이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전 세계 지사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협력업체들을 관리하는 데이터센터는 365일 24시간 회사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곳이다.
총 200여명이 근무하는 ‘데이터센터’의 서버용량은 2페타바이트(1024테라바이트)에 달한다.
물류창고는 완벽한 자동화가 이뤄져 있다. 총 5만평의 물류창고는 2만여종의 자재가 반입된다. 화웨이는 세계 각국의 지사에서 장비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 3일전 물류창고를 통해 자재를 발주시킨다.
발주된 자재는 옥외로 이어지는 긴 다리를 지나 자동으로 생산 공장으로 이동된다. 이런 방대한 물류센터에는 놀랍게도 35명의 직원만이 상주한다. 물류창고 안에서 실제 근무하는 직원은 거의 없고 전부 자동화 시스템으로 제어한다.
물류센터를 지나 이번에는 화웨이 대학으로 불리는 트레이닝센터를 방문했다. 지난 6월 대학으로 등록한 트레이닝 센터는 화웨이 임직원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기술, 매니지먼트, 문화에 초점을 두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00여명 이상의 직원 및 고객이 동시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지만 화웨이의 본사를 둘러보며 기술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는 점이 크게 인상적이었다.
20여년만에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기술을 우선시하고 아낌없이 투자를 한 덕분이기 때문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매출의 10%는 연구개발에 투자해왔다”며 “이 같은 연구개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1.3 ㎢ (약 39만평)의 면적에 9개의 센터로 구성
관리`마케팅`데이터`트레이닝`테스트`R&D`제조`물류`직원아파트로 구성
1996년부터 2004년 까지 8년에 걸쳐 약 USD 1.5 Billion을 투자해 완공
캠퍼스 사이에 있는 도로는 화웨이의 직원들이 뽑은 가장 유명한 과학자의 이름으로 명명.
1. 전시홀
화웨이의 선진기술과 솔루션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
통신망 (유선, 무선) , 부가가치 서비스 , 광전송, 터미널, ASIC칩,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웨이가 직접 개발 및 제조한 장비,제품 및 솔루션 전시
2. 데이터센터
2003년 2월부터 현재의 데이터센터(사진)에서 운영되기 시작해, 현재는 전세계 지사의 네트워크 관리와 고객 서비스망 모니터링, 매출관리, ERP관리, 개발프로젝트 관리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음
현재 약 200여명이 근무
1000여개의 Rack 보유
데이터센터는 향후 5∼10년간 화웨이의 전략을 지원가능
3. 물류센터
11,000㎡ (약 3000평)의 면적
부품, PCBs, 완제품, 케이블, 기계부품등 약 2만여종의 원자재 보관
아시아 최대 자동화 물류센터로 현재 단 35명의 인력만으로 운영
생산시설과 연결된 컨베이어 시스템(사진)으로 자재공급함으로써 전력을 최소화
물류센터 내부는 자연광으로 조도와 습도 조절
4. 화웨이 대학
2008년 6월 화웨이 University 로 등록
고객 및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기술, 매니지먼트, 문화 트레이닝을 중심으로 교육
15만㎡(약 4만5000평)규모로 4개 건물로 구성
2000명 이상의 직원 및 고객에게 동시에 트레이닝 제공 가능
100명 이상의 풀타임 교육자 및 R&D전문가들이 파트타임 교육자로 근무
5. Baicao 콘도(직원 아파트)
10개의 유럽풍 빌딩안에 3036개의 아파트 룸이 있음
호텔급의 시설.
가든안에는 탁구, 농구, 테니스, 수영장등의 스포츠 시설 및 수퍼마켓, 서점, 미용실 등 편의시설도 갖추어져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