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경기전망 조사는 IT산업의 가능성과 기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였다. IT업계 종사자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방식의 조사를 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비교 대상이 없지만, 3분기가 전 분기보다 나아졌고 4분기에는 3분기 더 좋아질 것이라는 수치가 희망을 보여줬다. IT업계 종사자들이 이렇게 응답한 것은 세계적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정부의 IT 정책 지원효과, 한국 IT의 저력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5대 IT분야 종사자 모두 자신이 속한 분야의 경기전망을 낙관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IT업계 종사자들이 스스로 희망과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IT 경기는 소폭이지만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IT 전반의 경기는 3분기 경기동향지수 101.21로 전 분기 대비 경기가 나아진 것으로 분석됐으며, 4분기 경기전망지수는 101.80으로 현재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전반적인 4분기 IT 시장동향에는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이 51.3%로,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16.4%)보다 3배 이상 많았다.
IT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는 이유로는 ‘세계적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수요 확대’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또 최근 정부가 발표한 ‘IT코리아 5대 미래전략’에 대한 기대감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정책 발표로 그동안 정부가 IT산업을 소외시켰다고 생각하던 입장에서 선회했고,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세계적으로 융합IT, 그린IT 등에 대한 분야가 각광받으면서 IT강국인 우리나라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응답도 있었으며, 4분기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경기상승을 예측한 대답도 있었다.
반면에 4분기 IT시장 경기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는 ‘경기침체 지속’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또 ‘정부 IT정책 부재’와 ‘4대 강 사업 집중에 따른 IT 소외’ 등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불신도 이에 못지않게 많았다.
이 밖에 ‘공공기관 조기발주가 끝난 데 따른 4분기 투자 감소’ ‘대기업 편중 정책’ ‘IT 분야의 신규수요 부족’ 등도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5대 분야별 경기를 보면 3분기 경기동향은 그린IT 분야가 호황이었다는 응답이 48.6%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콘텐츠 분야 46.5%, 전자 분야 39.0%, 컴퓨팅 분야 33.6%, 방송통신 분야 31.8% 순으로 나타났다.
4분기 경기전망에서도 그린IT 분야가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비율이 57.2%로 가장 높았으며, 인터넷·콘텐츠 분야 51.0%, 전자 분야 43.7%, 방송통신 분야 40.8%, 컴퓨팅 분야 38.2% 순으로 예측됐다.
세부 분야별로 4분기 가장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부문은 24.7%의 투표를 받은 에너지효율화 부문이었으며, 신재생에너지(21.2%), 반도체·디스플레이(13.0%) 순으로 조사됐다.
◆정부에 바란다
IT분야 종사자들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정부 내 전문가 확대 △중소기업 지원 확대 △장기 비전과 정책 제시 △일관성 있는 정책 시행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과 함께 실시한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들은 아쉬운 점을 다양하게 제안했다.
여러 의견 가운데 정부 내 전문가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
한 응답자는 “(정부가) 인재를 잘 사용하지 못한다. 기술이 필요한 자리에는 기술인이 있어야 하는데 현 정부의 권력자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응답자는 “해당 기술에 전문 안목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가 해당 분야를 관장해 나가야 하는데, 현재 담당 공무원들은 대부분 비전문가고 새로운 기술의 시장성을 분석하는 능력이 상당히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에 이공계 출신 인재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의견이다.
표현은 다르지만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창의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IT정책에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등도 인재정책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답들이었다.
정책의 일관성 있는 시행을 요구한 의견도 눈에 띄었다. ‘말로 하는 게 정책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 정책이다’ ‘지속적인(꾸준한)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대기업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처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와 관련한 의견으로는 ‘기술력을 갖춘 소기업과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적극 지원해달라’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 아닌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실제로 열심히 일하는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IT융합이나 그린IT 사업 등 하반기 융합사업에 중소기업의 참여 기회를 부여해 달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달라’ 등 다양한 요구가 제시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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