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 IT미래전략 토론회-"인재·中企, 글로벌 역량 위한 투자 필요"

[창간27주년] IT미래전략 토론회-"인재·中企, 글로벌 역량 위한 투자 필요"

 <참석자>

김영민(TG삼보컴퓨터 대표)

서병조(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손정숙(디자인스톰 사장)

신화수(전자신문 취재담당 부국장)

유병한(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정철길(SK C&C 사장)

조석(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최종웅(LS산전 부사장)

사회=김성조 한국정보기술학술단체연합회장

  ◇사회(김성조 한국정보기술학술단체연합회장)=최근 한국의 정보기술(IT) 관련 국제지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늘 토론회가 우리나라 IT정책과 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먼저 최근 발표된 IT코리아 5대 미래 전략에 대한 각 부처의 시행전략을 들어보자.

 ◇조석(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요즘 ‘융합’은 하나의 유행어가 됐다. 과거처럼 IT를 하나의 산업군으로 구분하는 접근으로는 더 이상 산업의 외연을 넓히기 힘들다. IT만 놓고 시장에 접근하다가는 결국 제한된 시장에 갇힌다.

 하지만 일부는 융합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조선·제조 등 전통적인 산업 현장에서는 IT와의 융합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까지 IT없이 잘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융합의 의미를 정확히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융합은 단순히 IT와 다른 기술이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술이 가진 장점을 화학적으로 결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같은 의미가 명확해질때 융합 산업이 확대 발전할 수 있다.

 지경부는 융복합 전문 인력 양성에 힘쓸 방침이다. 기존의 나눠주기식 인력양성 사업이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줄 것이다. 국내 인력에 연연하지 않고, 해외 인력과의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서병조(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사회자의 지적대로 우리나라의 IT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몇 년 사이 IT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한 것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현재 발표되는 것은 2007년 말 기준이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은 아니다. 다시말하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1∼2년 뒤의 모습을 또 다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방통위는 국내외 와이브로 활성화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무선인터넷 이용도가 낮고, 음성 중심이다. 하지만 KT가 아이폰을 도입하고, 이에 무선인터넷 정액제를 적용한다면 무선인터넷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IPTV와 디지털방송 확산에도 힘쓸 계획이다. IPTTV는 융합서비스의 새로운 기술, 소비행태, 콘텐츠를 이끌 것이다. 디지털방송 또한 해상도뿐 아니라 3D 방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과거 흑백TV에서 칼라TV로 넘어가는 것과 같은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

 발표된 미래전략에 연구개발 부분이 많이 담기지 않아 아쉬운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개발 부분은 분명히 별도 계획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유병한(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문화부도 IT산업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지경부·방통위뿐 아니라 국토행양부, 행정안전부 등 다양한 부처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

 문화부는 한류로 검증된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힘쓴다. 영화 ‘해운대’ 관람객이 21일 현재 1300만명, 역대 4위다. 해운대는 우리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다. 전체 130억원 예산 중 50억원이 CG에 투입됐다.

미 영화 ‘투모로우’ 관계자가 참여했지만 중간부터는 국내 업체가 CG작업을 진행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불과 3년 전 영화 ‘괴물’이 모두 해외 CG 기술로 제작된 반면 이제는 우리 기술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세계 콘텐츠 시장은 자동차, IT보다 더 크다. 성장률도 높다. 콘텐츠 산업은 미디어, 관광, 체육, 교육, 의료 산업의 동반성장을 견인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제 콘텐츠 중심의 새로운 가치사슬이 형성되고 있다.

 문화부는 이 같은 관점에서 단순한 오락형 콘텐츠를 넘어서 IT를 결합한 차세대 융합형 콘텐츠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아시아 최대 CG제작기지를 구축하고 디지털 가상세계 플랫폼을 만들겠다. IT 융복합의 성공은 다양한 콘텐츠에서 시작된다.

 ◇사회=세 부처의 발표를 통해 정부의 확고한 IT투자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각 산업을 대표하는 전문가들도 함께 자리했다. 산업체 입장에서 정부의 미래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건의사항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들어보는 순서를 갖겠다.

 ◇정철길(SK C&C 사장)=IT서비스산업은 핵심 지식서비스산업인 동시에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산업이다. 하지만 국내 IT서비스산업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물론 인도 기업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세계 100개 IT서비스기업 리스트에 우리나라 기업은 겨우 3개만 포함됐다. 그나마 상위권과의 격차도 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업체 스스로 자체 솔루션 개발에 힘쓰고, 인재양성에 나서야 한다.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에코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정부에는 저가발주 관행 개선을 주문하고 싶다. 예산절감은 단순히 ‘가격깎기’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예산 집행을 효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쉽지않은 문제이지만 반드시 이를 해결해야 국내 IT서비스산업의 역량이 높아지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수출 확대도 가능할 것이다.

 ◇사회=인재양성 얘기가 나왔는데 아주 중요한 얘기다. 흔히 인재양성하면 관련 전공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많이 주는 것을 생각하는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IT를 전공한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서 인정받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최종웅(LS산전 부사장)=우선 RFID에 대한 비전과 국가전략이 만들어진 것은 환영한다. 중요한 것은 발표 이후의 실행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RFID 정책을 만들었지만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

 많은 정책을 발표하며 풍선을 띄웠지만 실제 시장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시범사업도 많이 하고, 연구개발 투자도 이뤄졌지만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다. 7년여가 지났는데 아직 시장 규모가 2000억원이 채 안 된다.

 다행히 현 정부는 사용자가 RFID를 사용할 경우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작은 정책이라도 구체적으로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생산하는 RFID 제품의 60%가 말레이시아로 수출된다. 말레이시아는 CD 등에 RFID 태그를 붙이고, 쌀 유통에도 RFID 태그 부착을 의무화했다. 국내에서도 한미약품이 RFID를 전면 도입한다고 한다. 이런 사업을 자꾸 발굴해서 성공사례를 보여줘야 한다.

 스마트 그리드는 대표적인 융합산업이다. 융합산업 성공의 열쇠는 함께할 수 있는 표준을 어떻게 조정하는 가다. 정부가 업계 표준과 규격을 마련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업계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양보하고 배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하나는 규제다. 산업이 융합되면 제일 먼저 규제 문제가 대두된다. 전기자동차 운행 관련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규정이 명확히 정리돼 업계가 상용화 단계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김영민(TG삼보컴퓨터 대표)=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 지원정책은 100% 중소기업에 집중돼야 한다. 삼성, LG 등 대기업은 스스로 충분히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이미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중소기업이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IT산업이기 때문이다. 조선·화학·자동차는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 중소기업의 유일한 기회이자 창구가 IT인만큼 정부가 이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 투자가 나오면 대부분 대기업이 수혜를 입는다. 이번에 나온 IT 미래전략 가운데 정부 투자분 14조원은 전부 중소기업에 와야 한다.

 대통령이 중소기업 구매비중을 확대하라고 지시하면서 많은 혜택 입었다. 이러한 정책이 일시적인 지원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대통령령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일회성 지원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우선 지원정책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는 형평성을 논할 사안이 아니다. 현재 활동중인 대기업도 초기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지금의 위치에 오르지 않았나.

 ◇손정숙(디자인스톰 사장)=IT 2.0 시대를 맞아 IT투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하드웨어(HW) 중심의 인프라 투자에 너무 매달린다. 이제는 인프라 안에 담기는 것에 신경써야 한다. 창조의 시대를 열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구글이라는 인터넷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방’ ‘참여’ ‘공유’ 등 웹 2.0의 정신이다. 우리도 이같은 기반에서 IT를 새롭게 정의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 인재상을 확립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창조적이고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과거에 간과했던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우리가 가진 진취적 기상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글로벌 콘텐츠사업을 펼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오리지널리티’다. 콘텐츠 창작 과정에서 과연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가, 우리의 성향은 어떠한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을 통해 미래 지향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창의력의 핵심은 자신감이다.

 ◇신화수 부국장=IT산업은 여러 가치 사슬로 묶였는데, 맨 앞에 정보통신서비스가 있다. 지금까지 이 정책을 잘 해서 정보통신 강국이 됐다. 최근 그 힘이 많이 떨어졌다. 정부는 4세대(G)통신 1위를 하겠다고 하는데 통신사업자들이 투자 의욕 많지 않다. 정부가 투자를 이끌어낼 정교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 우선 순위도 잘 잡아야 한다. 지금 통신정책 핫이슈는 요금 인하다. 인하 중요하다. 그러나 외국과 비교해 품질이 좋고 싸다. 경쟁도 한다. 국민경제적으로 시급한 것은 요금 인하보다 투자 확대다.

 현 정권 내에서 이뤄질 것 가능성은 적지만 IT 전담 정책부처를 검토해야 한다. 주요 부처는 방통위와 지경부인데, 양 부처 모두 IT정책이 후 순위에 밀렸다. 방통위는 미디어법 등으로 방송정책에 집중하느라 통신정책 잘 못펴고, 지경부는 조선·자동차·철강·에너지 등 산업 정책이 중요해 IT정책은 마이너다. IT 산업의 융합 등을 보면 전담부처 고려해야 한다.

 홍보도 신경써야 한다. IT코리아 5대 미래전략의 기대효과로 2013년 잠재성장률 0.5% 높인다고 했는데 와닿지 않는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홍보해야 한다.

 IT는 혁신의 도구다. 효율성 증대를 넘어 정치·사회·경제·문화·교육 등을 개혁하는 도구로 좋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의료보험 개혁에 IT를 활용하는데 우리의 앞선 인프라로 보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미래전략을 잘 짜야하지만 의지가 더 중요하다. 대통령도 IT에 대한 언급을 더 많이 해 정책적 관심을 끌어올려야 한다.

 ◇사회=지금까지 IT코리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정부와 각 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루 들었다. IT코리아의 새로운 틀을 세우는 작업이 오늘 한번의 토론회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토론이 분명 IT코리아의 발전을 위한 하나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정부와 산업계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공조하며 최대한 노력한다면 지난 몇 년 사이 주춤한 우리나라의 IT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릴 것이라 확신하며 토론회를 마무리 짓겠다.

 이호준·권건호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