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무리한 ‘베팅’이 자회사는 물론이고 인수 대상자인 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까지 끌어내렸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효성은 장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추락했다. 10만원대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단숨에 8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반나절 만에 효성의 시가총액 중 520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조석래 회장의 지분이 10.21%인 것을 감안하면 500억원이 넘는 돈이 그의 주머니에서 하루 만에 빠져나간 것이다.
효성그룹 자회사인 진흥기업과 효성ITX도 모기업발 악재에 부딪쳐 맥을 못췄다. 건설 자회사인 진흥기업은 5.81% 급락한 1040원에 장을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마감한 것이다. 효성ITX도 8.98% 내린 5340원을 기록했고, 바로비젼 역시 1.45%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하이닉스도 효성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 탓에 5.44% 급락하며 그간의 상승세를 마감해야 했다.
증권가 반응도 회의적이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동부그룹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에서도 볼 수 있듯 효성은 반도체 사업의 경험이 없어 변동성이 심한 반도체 업종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고, NH투자증권 측은 “채권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응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인수에 성공하면 효성과 하이닉스 모두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고,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효성의 주가는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채권 시장의 우려도 깊다. 한국기업평가는 “현재 효성의 차입금은 2조원이고 연결재무제표로 보면 5조원에 육박하며 1년에 이자비용만 1400억∼1500억원대에 이른다”며 “4조원이 넘는 하이닉스 인수금을 어떻게 감당할지 알 수 없지만, 재무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평가는 현재 효성의 회사채 신용등급인 ‘A+’를 진행 상황에 따라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