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합리적인 정책 선보일 것"](https://img.etnews.com/photonews/0909/090924034050_1253833839_b.jpg)
23일 열린 ‘제44차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이경자 위원(64)이 만장일치로 제1기 방송통신위원회 후반기 부위원장에 추대됐다. 후반기 부위원장 자리에 타의반·자의반 이경자 위원이 선출되면서 ‘한국형 방송통신 합의제 기구’가 신의와 합의를 중시하고 있음을 대외에 천명하는 상징적 계기가 마련됐다.
26일부터 방통위 부위원장의 직무를 수행하는 이 상임위원은 “많은 사람들이 ‘하반기 부위원장은 야당이 맡는다’는 약속이 지켜질 것이냐에 의구심을 가졌지만 오늘 그 약속이 지켜졌다”며 “이번에 부위원장 바뀐 가장 큰 의미는 방통위라는 조직이 신의를 가지고 약속을 지킨다는 점으로, (방통위가) 공공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라고 강조했다.
방통위 설립 직후 열린 국회의 속기록 등에는 여야가 부위원장을 전·후반기로 나눠 맡는 형태로 운영한다는 암묵적 합의 내용이 기록돼 있다. 그러나 반환점이 다가오자 ‘부위원장은 유사시 위원장을 대신해 행정부와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야당 추천위원이 맡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외부의 목소리가 전달되면서, 내부에서는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방통위 운영에 흠집을 내지 않겠다는 5명 상임위원들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미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은 합의제 기구에서 합의한 약속을 뒤집으면 그 조직은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해 왔던 터다. 결국 23일 전체회의에서 우려를 완전히 불식하며,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방송통신 규제 진흥 합의제 기구’의 성격과 위상, 그리고 의미를 확고히했다.
이 상임위원은 선출 직후 “방통위 관련법에 정한 바에 따라, 그리고 앞선 1년 반의 선례를 존중하면서 일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야당 위원 둘 중에 내가 부위원장이 된 것은) 우리나라 미풍양속인 ‘연장자순’이 방통위에도 분명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1기 방통위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부여 받고 있는 만큼, 위원들이 힘을 합쳐 가치를 소중하게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임위원은 방통위는 ‘최선의 결정’을 추구하다가 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누를 끼치기 보다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건에 주목해 ‘최악의 결정을 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따라서 이 신임 부위원장의 이같은 ‘합리’가 전반기 상임위원 위치에서 보다는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