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하이닉스 인수전 뛰어든 숨겨진 속내

 효성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의 단독 후보로 뛰어든 배경에는 회복세로 접어든 반도체와 함께 최근 급성장하는 발광다이오드(LED) 사업까지 겨냥한 포석이 깔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닉스 인수 참여 소식이 전해진 뒤 곳곳에서 실제 인수 가능성과 기존 사업구조와의 시너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어서 효성의 이 같은 속내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향후 효성이 채권단과 협상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인수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LED 사업에 강한 의지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그룹 차원에서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검토할 당시부터 전 세계 D램 시장의 회복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설비를 LED 제조 공정으로 전환, 활용하는 방안을 중점 고려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효성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설비를 LED 공정으로 전환하는 케이스 스터디까지 진행한 뒤 하이닉스 인수 타당성을 결정했다”면서 “다만 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에 따라 인수 자금 확보에 큰 변수가 생길 수 있는만큼 향후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효성이 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라인을 LED 칩 라인으로 재활용하겠다는 구상은 지난 4월 출범한 삼성LED가 대표적인 선례다. 실제로 삼성LED는 유휴 라인이던 삼성전자 기흥 공장의 반도체 3라인(6인치)을 LED 칩 라인으로 전환해 현재 양산 중이다. 기존 반도체 설비를 LED 설비로 바꾸면 건물·클린룸 구축 비용과 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

 또 LED 칩을 제조하는 이른바 팹 공정은 반도체 라인의 설비를 개조하면 바로 쓸 수 있다.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는 반도체 사업의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그룹 차원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LED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최근 LED 사업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효성은 SH공사 등과 서울시 반포대교 남단에 구축 중인 한강 인공섬 ‘플로팅 아일랜드’를 LED 조명 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899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조달도 완료했다.

 이에 앞서 조 사장은 LED 에피웨이퍼 전문업체였던 자회사 에피플러스를 ‘갤럭시아포토닉스’로 변경하고, 또 다른 자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와 함께 LED 칩·패키징·조명에 이르는 LED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선언한 바 있다. 이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백색 LED 조명 생산 기술까지 확보하고 최근 서울역 대우빌딩의 ‘미디어 파사드’ 구축 사업도 수주했다.

 결국 효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LED 사업은 조현준 사장의 새로운 기반이자, 하이닉스 인수 참여의 보이지 않는 이유인 셈이다. 또 다른 효성 관계자는 “LED 사업의 수직계열화는 그룹 중장기 과제로 추진 중”이라며 “향후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LED 관련 자회사들의 흡수 통폐합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