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선덕여왕’으로 새삼 관심이 높아진 경주 첨성대의 쓰임새를 둘러싼 논쟁이 24일 KAIST에서 벌어졌다.
KAIST 인문사회과학연구소는 이날 시청각실에서 과학기술계 및 인문사회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첨성대의 쓰임새를 인문학과 과학으로 풀어보는 제4차 첨성대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1973년 시작한 첨성대 논쟁은 1974년과 1981년에 이어 28년 만에 다시 불붙었다. 그간 학계에선 첨성대가 별 관측 설치물이라는 기존 시각부터 해그림자 측정기, 종교적상징물, 수미산 제단 모형설, 영성단설, 천변관측설, 제천단설, 우물 신앙 및 점성 정치설, 우주우물 상징설 등 다양한 주장이 쏟아져나왔다.
이날 토론에서 이문규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는 “첨성대는 천문현상을 관측하는 신성한 공간”이라며 “시끄러운 일상과는 격리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지금 남아 있는 형태로 축조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용훈 일본 교토산교대학 객원연구원은 첨성대가 삼국유사에서 언급하는 ‘그’ 첨성대인지 알 수 없는데다 점치던 점성대라고 볼 근거도 없다”며 “첨성대 존재 자체가 불분명하다”고 공격했다.
김기홍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우물모양을 기반으로 선덕여왕이 도리천에 환생할 성소로 규정했다. 조세환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산과 숲, 고분, 우물, 산성의 상징성을 가진 토속신앙과 제단이나 여성, 생산, 풍요, 왕위 세습 강화, 정치 안정, 점성적 제단 등의 의미를 부여해 첨성대 쓰임새를 복합적으로 재해석했다.
김창석 강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또 첨성대가 제사 지낼 때 첨성대의 중간 창을 통해 남근 조형물을 던져 넣어 풍요로운 생산과 정치안정을 기원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 관심을 끌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