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기술의 융합`과 `융합의 기술` 차이

[ET단상] `기술의 융합`과 `융합의 기술` 차이

 최근 IT 업계의 최대 화두는 융합(convergence)이다. 기존에 많이 보던 것인데 기존과는 분명히 다르고,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닌 기술과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는 현재의 많은 것이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을 재조합해 확연히 다른 혁신을 창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남기 위해서는 이 ‘융합’이라는 메가트렌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의 융합은 이종 산업 간의 융합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종 산업 간의 융합은 자동차산업과 IT산업이 융합한 텔레매틱스 등의 차량IT, 조선 산업과 IT 산업이 융합한 조선IT, 건설 산업과 IT산업이 융합한 u시티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차원의 융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IT 산업의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전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혁명적인 현상이다. 이렇듯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산업 간 융합을 통해 기존 산업 내 제품과 서비스로는 창출하기 힘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편의성 향상이라는 소비자의 욕구와 지속적인 이익창출이라는 기업의 이해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가운데, 산업 내 혁신을 통한 가치창출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둘째, 통신과 방송 기술의 발전,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진전 등으로 산업 간 컨버전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반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기존 산업에 IT가 접목되면서 해당 산업의 지능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화 및 통합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셋째, 대부분의 기존 산업 및 기술이 범용화되고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산업이 ‘레드 오션’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한계에 봉착한 기업들이 ‘블루 오션’을 창출하기 위해 타 산업 영역과 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국내 기업들이 ‘융합’이라는 메가트렌드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캐즘 극복을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캐즘이란 혁신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초기 시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주류 시장 사이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단절현상을 말하는데, 컨버전스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적 트렌드가 등장할 때면 종종 나타난다.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술적 측면에 대한 천착보다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반 기술·제품도 그렇지만, 컨버전스 기술제품의 성패야말로 기술 수준이 아니라 소비자의 수요에서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또 비즈니스 모델 차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컨버전스는 단지 제품과 제품, 기술과 기술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 서비스와 서비스에서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가치의 급속한 변화 등으로 인해 단일 제품·서비스 또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서는 차별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요컨대 융합의 시대에서 경쟁에 이기기 위한 핵심은 IT, BT, NT 등의 단일 첨단기술이 아니라 기술과 기술 간, 산업과 산업 간의 융합에서 새로운 가치를 끌어내고, 기술적·경제적 대안을 제시하는 CT785(융합기술)인 것이다. 기술의 융합이 아닌 융합의 기술이 중요하다.

 KOTRA는 우리나라 주도의 융합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IT융합전시회를 오는 10월 킨텍스에서 개최한다. 그간의 성과와 미래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동시에 융합 트렌드를 앞서가고 있는 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한철 KOTRA 해외마케팅본부장 hanlee@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