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롱퍼터

[묵현상의 골프세상]롱퍼터

 요즈음 골프 중계를 보면 왕년의 스타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젊은 골퍼들도 이상하게 생긴 퍼터를 들고 나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독일의 베른하르트 랑어는 오래 전부터 롱퍼터를 써왔다. 비제이 싱은 42인치 길이의 배꼽 퍼터로 바꾸고 마스터즈에서 우승했고, 폴 에이징어도 배꼽 퍼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퍼팅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스코틀랜드의 콜린 몽고메리도 롱 퍼터로 개종하면서 평균 퍼팅 수가 줄어들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골프 잡지에서는 이런 롱 퍼터(broomstick)와 배꼽 퍼터(belly putter)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이런 퍼터들의 평균 퍼팅 성공률이 일반 퍼터에 비해 더 높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많은 사람이 긴 퍼터를 이용하면서 퍼팅 성공률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으지만 퍼터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은 프로 선수나 주말 골퍼나 똑같은 것 같다. 우선 모양도 좀 그렇고, 여태까지 써왔던 퍼터를 교체하는 위험을 무릅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롱 퍼터의 퍼팅 성공률이 높은 것은 실험으로 증명된 것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럴까. 대부분의 분석이 롱 퍼터 혹은 배꼽 퍼터는 손목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때문에 임팩트 순간 퍼터 헤드가 비틀어지는 확률이 줄어들어 볼이 똑바로 굴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되어 있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이 퍼터들의 스펙을 살펴보면 물리적인 다른 요인이 숨어 있다.

 일반 퍼터의 라이 각도(샤프트가 바닥에서 일어선 각도, 수직이면 90도고, 바닥에 누워 있으면 0도)는 70∼72도로 돼 있지만 배꼽 퍼터는 길이만 긴 것이 아니라 라이 각도가 73∼74도로 돼 있고, 롱 퍼터는 74∼76도로 돼 있다. 라이 각도가 수직에 가까울수록 퍼터 헤드의 앞뒤 움직임이 직선에 가까워진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라이 각도가 45도라면 퍼터 헤드는 직선이 아니라 원 운동을 할 수밖에 없고, 라이 각도가 90도라면 원 운동은 불가능하고 직선 운동을 할 수밖에는 없다. 물리학적으로 말하자면 퍼터 헤드가 움직이는 운동의 곡률반경(radius of curvature)은 라이 각도가 수직에 가까울수록 커지기 때문에 직선 운동에 가까워진다. 결론은 간단하게 내려진다. 라이 각도가 커질수록 퍼터 헤드의 움직임이 직선 운동에 가까워지므로 퍼팅한 볼의 방향성이 좋아진다. 결국 퍼터의 길이가 길어서 퍼팅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고, 퍼터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라이 각도가 수직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볼의 방향성이 좋아져서 퍼팅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번 가을 시즌에 롱 퍼터를 한번 써보자. 여러 가지 시도를 해야 내게 가장 적합한 장비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