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View Point : 비즈IT칼럼-김근 한국레드햇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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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7시간 정도를 달리면 유목민의 삶과 이슬람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닿는다. 동서 문물의 교차점이자, 종교와 문화 그리고 사람의 융합을 만들어냈던 우즈베키스탄. 지금도 세계의 많은 여행자들은 과거 찬란했던 실크로드의 흔적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었던 카라반(대상)과 그들이 가져온 진기한 물건들은 사막의 바람과 함께 모두 사라졌지만,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을 당시의 흔적은 지금도 우즈베키스탄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기사를 접한 기억이 난다.

 실크로드는 육상 또는 해상을 통한 근대 이전의 동서 교역로를 가리키는 말이다. 실크로드는 긴 역사를 통해 매우 다양한 교역품들을 전달하는 통로로 확대되었고, 더 나아가 문화가 유통되는 통로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 중국 역사학, 교류사, 그리고 중앙아시아사에서 실크로드 연구가 가지는 입지는 크다.

 실크로드는 단순히 동서를 잇는 횡단 축으로 생각돼 왔으나, 남북의 여러 통로를 포함해 동서남북으로 사통팔달한 하나의 거대한 교통망으로 보아야 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따르면 실크로드의 개념도 확대된다. 실크로드는 3대 간선과 5대 지선을 비롯해 수만 갈래의 길로 구성되어 있는 범세계적인 그물 모양의 교통로인 셈이다.

 실크로드를 통한 경제적 이익이 커지자 이 시장과 상로를 독점하려는 군사적 진출이 감행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중국 한나라의 한무제 때에 이르러 실크로드를 통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조정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장건의 서역 경영이 서서히 시작되어 갔다. 이후의 왕조들은 동서의 무역에 관심을 보이며 실크로드를 통과하는 여러 오아시스 나라들을 정치적으로 지배하려는 움직임을 활발하게 보이게 된다.

 하지만 독점하려 하고 지배하려 하는 게 어디 역사만 그러한가. 소프트웨어 산업도 마찬가지다.

 구입 시에는 일단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하고, 이후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거나 기술 지원을 받을 때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독점 소프트웨어야말로 얼마나 벤더 종속적인가.

 이에 비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국가나 기업과 같은 물리적 경계의 제약 없이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참여를 근간으로 완성되며,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개발과 배포에 참여할 수 있다. 인터넷에 접속만 할 수 있다면 전 세계 교류의 장이 마련되어 프로젝트와 신제품 테스트 수만 가지가 동시다발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된다.

 특히 서버의 교체 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독점 운용체계를 한번의 라이선스 비용으로 오래 쓰는 것보다 교체 주기마다 연간구매계약방식(서브스크립션)을 구매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에서 오픈소스인 리눅스 기반 시스템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는 오픈소스는 교역품 전달의 장에서 문화 흐름의 통로로 거듭난 실크로드처럼 IT산업의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다. 또 이러한 흐름은 오픈소스를 공급하는 IT 기업뿐 아니라 일반 기업 고객들에 비용 절감과 효율성이라는 더 큰 혜택을 제공해 주고 있다. 실크로드로 인해 경제적 부흥을 이루었던 그 시절 상인들은 물론이고 교역으로 인해 문명의 혜택을 보았던 많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오픈소스가 옳은 방향이라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오픈소스 시장이 확대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정책적인 뒷받침도 있어야 하겠지만 더욱 근본적인 원동력은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개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다고는 하지만, 개발자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이러한 오픈소스 참여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어야만 긍정적인 ‘협업’의 성과물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픈소스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이며 진입 장벽이 낮아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른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정책을 통해 직접 육성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현재 독점 소프트웨어에만 맞춰져 있는 규정들을 오픈소스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변경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가 직접 육성을 시도하기보다는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를 늘리는 등 오픈소스의 저변 확대를 위해 힘쓸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은 한-우즈벡 동반성장 포럼 기조연설에 참석해 중앙아시아 무역 루트 교두보인 우즈베키스탄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물류 분야와 한국이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IT 분야를 기반으로 ‘21세기 신(新)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고 제안했다.

 필자를 포함해 IT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이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대한민국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21세기 신(新)실크로드’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gkim@redh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