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당분간 부진이 지속되는 반면 연구개발(R&D) 투자는 늘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27일 ‘국내 기업의 투자패턴, 확장보다는 경쟁력에’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 여건에서 설비투자가 단기간에 확대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하지만 경쟁력을 기르는 R&D 투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성장의 바탕을 이루는 설비투자 증가율은 1997년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급격히 낮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올해는 환란 이후 마이너스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위원은 “경제성장률 저하로 기업의 외형 성장세가 둔화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1970년대 연평균 29.8%였던 제조업 유형자산증가율은 1980년대 18.9%, 1990년대 14.5% 등으로 낮아졌고, 2000년대 들어서는 4.2%에 머물러 있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낮은 것도 설비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은 선진국 등 40개국의 기업 매출액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중이 5.7%로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현금창출 능력이 낮아 생산설비를 확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이 위원은 “설비투자 대비 R&D투자 비율은 1970년대 3.6%에서 2000년대 27.3%로 증가한 점으로 미뤄 R&D투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며 “기존 사업 영역에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기업들이 인수합병이나 해외진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지분투자도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실물경제가 활기를 보이거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기업들이 사회적 요구만으로 설비투자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R&D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설비에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