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를 선제적으로 대응해 베트남 시장에서 30년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 시장은 비스타 국가 중 한국 기업의 약진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30년 동안 베트남 TV시장을 쥐고 흔들던 소니를 밀어내고 앞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박제형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장(53)은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주인공이다. 그가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추진한 일은 LCD TV시장을 키우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에서 LCD TV 판매수는 8000대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시장이었다. 무모해 보였던 그의 추진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얼마 후 소니를 밀어내고 삼성전자가 시장 1위 업체가 됐다.
“2007년 시장조사기관인 GfK가 베트남 LCD TV시장을 4만대 수준으로 예측했지만, 우리는 4만대 판매를 목표로 밀어붙였습니다. 그 결과 그해 4만대 판매를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8만2000대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공격경영을 펼친 결과 올해는 27만∼28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며, 역대 성장폭 중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베트남 유통업체들의 전시 수준도 한층 끌어올렸다. 최근까지 베트남 전자유통점에는 CRT TV가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LCD TV는 구석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나마 가장 좋은 자리는 조상신을 모시는 사당이 위치하고 있어 한국산 TV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박 법인장은 대형 딜러들을 일일이 만나서 LCD TV 위주의 시장이 도래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또 삼성전자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공간을 내어줄 것을 요청했다. 일부에서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면서 다른 유통점들도 협력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이 LCD TV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유통점들이 굉장히 세련돼졌습니다. 이런 트렌드를 다른 기업들이 주도했다면, 지금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조금만 실수로도 얼마든지 상황이 뒤집어질 수도 있습니다. 제품은 디지털이지만, 정책 등은 아날로그죠. 현지 딜러들과 신뢰를 쌓으면서 역량을 축적한다면 당분간 한국기업이 비스타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