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 프린터’가 화려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잉크젯 진영이 기능과 속도를 크게 개선한 새로운 라인업을 앞세워 레이저 진영에 반격을 선언했다. 그동안 프린터·복합기 시장은 레이저 제품이 크게 약진하면서 잉크젯이 주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레이저 못지않은 유지 비용과 출력 속도를 자랑하는 잉크젯 제품이 연이어 나오면서 프린터 주도권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별로 ‘선택과 집중’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HP는 지난주 소규모 사업자와 중소기업을 겨냥한 잉크젯 프린터 ‘오피스젯’ 라인업을 새로 정비했다. 하반기 전략 제품으로 오피스젯 프린터 6000·7000·8000시리즈와 복합기 6개 모델을 대거 출시했다. HP는 이들 제품이 레이저에 비해서 전력 소비량이 평균 50% 정도 싸며 종이 사용량도 50% 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출력 속도를 크게 높여 잉크젯 제품은 레이저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는 통념을 깨뜨렸다고 덧붙였다.
조태원 한국HP 부사장은 “흔히 레이저가 잉크젯에 비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게 상식처럼 알려져 왔다”며 “이번에 선보인 새 라인업은 레이저에 비해 속도를 크게 높이고 출력 비용을 줄여 레이저 못지 않은 유지 비용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또 이 제품을 주력으로 시장을 제품에 맞게 세분화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 놓겠다”고 강조했다. 한국HP는 캐논과 함께 국내 잉크젯 프린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프린터 업체다.
캐논도 지난달 잉크젯 프린터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캐논코리아는 하반기 전략 제품으로 잉크젯 프린터·복합기 3개 모델을 내놨다. 캐논은 잉크젯 기반 제품이 레이저에 비해 출력 품질이 놓은 점을 겨냥해 앞으로 포토 인화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로 이번에 선보인 ‘MP568’은 디지털 교환 렌즈(DSLR) 카메라로 촬영한 고해상도 사진을 포토 용지에 재현할 수 있는 수준의 해상도인 9600dpi를 지원한다. 고정밀 고성능 헤드로 1조분의 1 잉크 방울을 사용해 고품격 사진을 출력할 수 있다. 캐논코리아 측은 “올해 하반기부터 ‘DSLR 프린터, 캐논’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잉크젯 제품의 우수성을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HP·캐논과 함께 ‘잉크젯 3인방’으로 불리는 엡손도 하반기를 겨냥해 잉크젯 제품을 대거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 기업이 잉크젯 분야에 공격적으로 나오는 반면 그동안 잉크젯과 레이저를 병행해 오던 삼성전자는 자체 엔진을 탑재한 레이저 제품을 크게 늘리는 대신 잉크젯 라인업은 줄이는 등 선택과 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삼성은 한때 10여 개 모델에 달하는 잉크젯 라인업을 1∼2개로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IDC에 따르면 국내 프린터·복합기 시장은 지난해 잉크젯과 레이저 제품 비중이 44만9160대, 37만대로 잉크젯이 우위에 있지만 올해 40만와 43만대로 레이저 성장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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