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가는 `상생`의 길] (35)정책비교-기술보증기금

[더불어 가는 `상생`의 길] (35)정책비교-기술보증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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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보증기금(기보)은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대표적인 정부 출연 신용보증기관이다.

 은행의 높은 문을 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기보는 우량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지원한다.

 기보는 지난해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 그리고 민간업체·지자체들과 잇따라 손을 잡았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상생’의 일환으로 함께 지원하기 위해서다. 정확히는 금융권과 민간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단독으로 나서는 데는 위험(리스크)이 커지면서, 신용보증기관 보증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지원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증기관이 출연금의 최대 20배(일반적으로 12배)를 지원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A기업이 자금난에 처한 협력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보에 100억원을 출연하면 기보가 운용배수인 12배 선인 1200억원가량을 협력사에 지원한다. 기보는 철저한 평가를 바탕으로 보증서를 발급해주고 협력기업은 보증서를 바탕으로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구하는 형태다.

 올해 들어서만 사례가 수십건에 이른다. 금융위기 탈출에 효과적이라는 인식 확산과 함께 은행·기업들이 잇따라 손잡기에 나섰다. 은행권만 기업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800억원을 출연했으며 하나은행 400억원, 국민·우리은행 300억원 출연했다. 이밖에 부산·대구·외환·전북·광주·경남·농협 등도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150억원을 출연했다. 이들 대부분은 12배에서 15배로 늘려 보증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기업과 지자체에서도 출연에 참여했다. 은행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만 기업과 지자체는 협력사 또는 지역 소재 업체가 지원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A지자체는 지역에 소재한 기업에 대해 기보가 보증지원하는 형태다. 올해 기업들은 두 차례에 걸쳐 상생보증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이닉스·현대자동차·포스코가 우리·기업은행과 손잡고 총 280억원을 출연했다. 기보는 이에 대해 16.5배의 운용배수로 총 5775억원을 지원해 나가고 있다. 또 한 사례는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6개 기업과 협회 그리고 우리·기업·외환은행 3개 은행이 참여했다. 442억5000만원의 출연이 이뤄졌으며 같은 16.5배로 7302억원의 보증이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와의 상생에는 경기도·인천시와 상생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GM대우와 쌍용자동차 협력사 지원 일환으로 기업은행·농협과 함께 164억원을 출연했으며 기보는 2004억원을 보증 지원한다. 이 밖에 출연은 아니지만 은행에 예치하는 형태의 상생프로그램도 펼쳐졌다. LG텔레콤·만도·한국델파이·현대자동차그룹 등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들 기업들이 은행에 일정 자금을 예치하면 거기에 맞춰 기보가 협력사를 보증하는 사례다. 이때 운용배수는 5∼7배로 다소 낮다.

 기보는 이들 협약 보증에 대해 95∼100% 보증에 보증료 0.2%포인트, 혁신형 중소기업은 0.3%포인트 감면해준다. 좋은 목적인만큼 최대한의 혜택이 협력사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올 한 해 기보는 매우 긴박하게 돌아갔다. 경기침체로 인해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 방안과 중소기업 지원 패스트랙 시행 지침에 따라 기술은 있으나 자금이 없는 기술기업을 지원했다. 사실상 전액 보증 만기를 연장했으며 보증기준을 낮추고 보증 규모를 늘렸다. 이와 함께 보증의 신속 지원을 위해 영업점장 전결권을 대폭 확대하고 보증취급자에 대한 면책 운용에 나섰다.

 기보 측은 “부도·폐업 등 한계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 조건 없이 만기를 연장했다”고 설명한다. 기보의 기술기업과의 ‘상생’ 의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보는 올해 △고용창출을 위한 맞춤형 창업성장 프로그램 △녹색성장기업 지원 프로그램 △지식서비스산업 보증지원 프로그램 △문화산업 완성 보증프로그램 등을 집중 전개했다. 녹색성장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우리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수행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지원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맞춤형 지원제도를 통해 창업토양과 기술경쟁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진병화 이사장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기보도 없다`는 각오로 뛰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진병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올 한 해 직원들에게 ‘중소기업과 상생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다니고 있을 것을 주문했다고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에 휩싸였던 올해 상생 정신이 아니면 그 많은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 이사장은 상생의 순효과를 강조했다.

 “‘상부상조’라는 말이 있습니다. 계·두레·향약 등 조상은 상생의 정신을 실천해 왔습니다. 같이 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도 거뜬히 해내는 것이 우리 국민입니다.”

 그는 이어 “신바람 문화가 상생의 정신과 합해지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체질 강화를 위한 상생 중요성도 역설했다. 단적으로 대기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협력 중소기업이 강해지면 대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표현한 진 이사장은 “단기적인 비용절감 측면만 강조하게 되면 중소기업이 숨 쉴 공간이 없어지게 되고 이렇게 해서 중소기업이 부실해지면 나중에는 대기업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대기업의 적극적인 상생 참여 필요성을 설명했다.

 올해 기보는 은행·대기업 등의 특별출연으로 약 3051억원의 보증재원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 재원은 6월까지 1조5000억원 이상의 보증으로 이어졌다. 은행·기업 등과의 상생 노력 결과다.

 진 이사장은 “상생협력 중요성이 이번 금융위기처럼 빛을 발한 적도 없는 것 같다”며 “과거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재원에 주로 의지했지만 이번에는 보증기관·은행·대기업 등이 상생협력을 통해 지원하는 흐름이 생겼다는 점이 다르다”고 최근의 상생 분위기를 높이 평가했다.

 앞으로 상생에 더욱 매진해 나갈 계획도 밝혔다.

 “상생협력은 한 기관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고 서로에 도움이 되는 모델입니다. 기보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다양한 상생협력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성공사례

1. 녹색성장기업에 대한 유동성지원 특례보증

씨티앤티(대표 이영기)는 한 번 충전으로 70㎞를 달릴 수 있고, 월 유지비용이 1만원 미만인 도시형전기차(City EV)를 생산하는 업체다.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일본산 수입전기차가 대부분을 차지하던 국내 골프카트 시장에서 점유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극심한 경기침체로 매출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부품공급 업체에 대금지급을 지연하는 등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설상가상으로 설비투자 및 신차개발에 필요한 차입금 증가로 재무등급이 상당히 떨어졌다. 이에 회사는 기보 서초기술평가센터를 방문했다. 기보는 회사의 기술성을 높이 평가해 26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기보는 기술등급이 우수했던 점도 있었지만, 금융위기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보 측은 “전기차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더불어 지속적인 수요증가가 예상된다”며 “최고의 기술력과 함께 생산력을 갖춘 씨티앤티는 이제 앞으로 어두운 터널을 뚫고 밝은 세상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 지역상생보증펀드 협약

두현테크(대표 노복동)는 자동차 라디에이터 그릴과 ABS 필러를 제조해 GM대우에 납품하는 2차 협력사다. 경기가 비교적 좋았던 지난해 자동차부품을 특화 제조하면서 1차 협력사로부터 독립했다. 설립 후 6개월 남짓 되는 기간에 수십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기업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나 초유의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미국 자동차산업의 몰락은 준비상태인 기업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에 두현테크는 기보 부평기술평가센터를 방문했고, 지역상생보증펀드를 통해 2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 자금은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던 GM대우 자동차 부품업체를 지원하기 위해서 인천시와 기업은행이 보증기관에 출연해 마련돼 있었다.

 최근 미국의 GM자동차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에서도 저렴한 생산원가와 안정적인 품질을 바탕으로 소형차 부문의 국제경쟁력이 인정되고 있어 위기를 넘긴 두현테크는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기보는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