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IT코리아의 수호천사](https://img.etnews.com/photonews/0909/090929052231_1956346488_b.jpg)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8월 소유스호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우주탐험 역사에 성공만이 기록된 것은 아니다.
챌린저호는 연료탱크 로켓 이음새에 생긴 0.7㎝의 틈새가, 콜롬비아호는 이륙 시 떨어져 나간 900g의 작은 단열제 조각이 실패 원인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도 지난 8월, 대한민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위성 보호덮개 페어링의 미분리로 목표궤도 진입에 실패한 안타까운 기억이 있다.
최근 정부는 미래기획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등이 중심이 되어 ‘IT 코리아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IT는 이미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으로서 또 경제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으로서 자리 매김했으나, 이제는 미래 사회에 대비해 체계적인 전략 아래 IT를 부흥시키자는 것이 골자다. 그 내용에는 2012년까지 지금보다 10배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양방향 초광대역 정보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1994년 상용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당시 네트워크 속도는 겨우 54Kbps를 넘었다. 2003년에는 10Mbps를 제공했는데, 2012년에는 1 의 속도를 즐길 수 있게 된다. 15년 전에는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하려면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지만, 2012년에는 1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비스 속도에 비례해 위험의 속도도 빨라졌다. 1986년 파키스탄에서 제작된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 ‘브레인’은 미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1998년 ‘CIH’ 바이러스는 대만에서 한국까지 한 달이 걸렸으나, 2003년 1·25 인터넷 대란 때의 ‘슬래머’웜은 불과 수십분 만에 전 세계 인터넷 망을 마비시켰다.
이제 10배 빠른 인터넷 서비스가 실현되면, 수초 내에 악성코드가 펴져나가 말 그대로 눈 깜짝하는 사이에 지구상의 인터넷 망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게 된다. 말 그대로 찰나(刹那)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작은 틈새에서 비롯된다.
빨라진 인터넷 속도만큼 우리에겐 막아야 할 ‘틈새’가 많아졌다. 지난 7월 7일 발생한 DDoS 공격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국가기관·은행·포털·쇼핑몰 등 네트워크를 생명으로 하는 주요 사이트가 일시 정지되거나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보안이 허술한 개인 PC의 틈새 사이로 악성코드를 삽입해 좀비 PC로 만들고 이를 악용한 것이다. 빠른 인터넷 서비스, 본격적인 융합서비스 등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토양이다. 안전한 사이버 환경이 전제돼야 IT 미래전략이 뻗어나갈 수 있다.
안전한 인터넷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다. 현재 정부는 사이버 침해사고를 사후 규제·대응 중심에서 예방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악성프로그램이 은닉해 있는 사이트에 대한 악성 프로그램 삭제 요청권, 개인정보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도록 포괄적 동의 금지 등 역기능 예방을 위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사이버 안전수칙을 생활화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7·7 DDoS 사고가 보안이 되지 않은 좀비 PC에 의해 퍼져 나갔듯, 개인 이용자들이 내 PC와 내 정보를 보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컴퓨터의 보안 패치와 백신 검사를 생활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이트의 프로그램만 다운로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IT는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에 있다.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IT 코리아 미래 전략이 안전한 토양에서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도록 노력하자.
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khjkorea@ki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