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ASP 강매에 중소협력사 울상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 앞두고 대기업 횡포

 대기업들이 내년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의무화를 앞두고 중소 협력사에 그룹 계열사가 운용 중인 전자세금계산서 애플리케이션 임대(ASP) 서비스를 사실상 강매해 물의를 빚었다.

 힘 없는 중소기업은 어쩔 수 없이 각기 다른 대기업 계열의 유료 ASP 서비스를 많게는 5개 이상 가입하는 불합리한 상황도 연출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SK·롯데·신세계 등 대기업은 내년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에 맞춰 중소 협력사에 그룹 계열사 또는 협력 ASP업체가 제공하는 전자세금계산서 서비스만 이용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말이 권고지 대기업 협력 구조상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전자 부품업체·유통점 납품업체 등 여러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업체는 각기 다른 전자세금계산서 ASP 서비스에 3∼5개씩 가입해 이용료를 따로 지급하고 있다.

 제조업체인 A사 관계자는 “거래 중인 전자 대기업마다 각기 다른 전자세금계산서 ASP를 요구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5개의 ASP에 가입했다. 똑같은 물건을 네 개나 더 사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대기업 계열 할인점·백화점 등에 물건을 납품하는 중소업체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에 내몰려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전자세금계산서 ASP 요금은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월정액 1만원 이상, 건당 200∼1000원 수준이다. 거래건수가 많으면 대부분 월정액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대기업 거래 업체 수가 많으면 그만큼 월정액이 늘어난다. 국세청 전자세금계산서 ‘e세로’ 홈페이지에는 이를 반영하듯 “전자세금계산서 도입이 대기업 계열 ASP업체의 매출만 늘려준다”는 비판의 글들이 수시로 올라온다.

 이 같은 왜곡된 시장구조는 내년 의무화를 앞두고 대기업 계열 정보통신(IT) 서비스업체들이 앞다퉈 전자세금계산서 ASP 시장에 뛰어들면서 그룹별 가입자 유치전이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서비스는 서로 호환이 되지 않아 배타적인 판촉전을 가열시킨다.

 업계는 대안으로 전자세금계산서 유통 허브를 구축해 서로 다른 ASP 서비스를 연동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선·후발 업체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지지부진하다.

 ASP 유통 허브가 만들어지면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들이 더욱 손쉽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며 후발업체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김계원 전자세금계산서협의회장은 “필요성은 공감하나 각론에 반대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며 “조만간 합의가 된 업체들을 중심으로 허브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 한 업체가 여러 ASP에 가입하는 병폐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소 전자세금계산서 ASP업체들은 “유통 허브시스템이 구축되면 고객정보가 공유돼 보안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섰다.

 국세청 등 관계 당국의 조율이 없으면 사실상 반쪽짜리 허브 시스템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