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2일, 회사에 출근하니 책상에 예쁘게 포장된 달걀 하나가 놓여 있다. 부활절 달걀이다. 그런데 이 달걀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어릴 적, 삶은 달걀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던 기억이 있다. 삐뚤삐뚤 아이들의 그림, 그리고 달걀 속까지 번진 잉크가 생각난다.
지금은 훨씬 간단한 방법이 사용된다. 달걀을 삶아 찬물에 식힌 후, 예쁜 그림과 축하 문구가 쓰여진 스티커를 씌우고, 뜨거운 물에 3초 정도 담그면 스티커가 수축하면서 끝. 이제 포장해서 직원들 책상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이런 방법도 있다. 사진공유 사이트인 플리커에 게시된 ‘에그드로어’라는 것으로, 달걀을 기구에 고정시키면 컴퓨터에서 설정한 대로 그림을 그려준다. 완성된 달걀들을 보니 예술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럼, 타임머신을 타고 달걀에 일일이 그림을 그리던 과거로 돌아가 보자. 부활절 달걀을 준비하느라 작년, 그리고 올해에도 손이 아프고 팔도 저리건만, 왜 미처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 보자. 줄자를 사용해 길이를 재기 위해서는 한쪽 끝을 모서리에 걸거나 손 또는 발끝으로 고정시킨 후, 줄을 길게 뽑아 반대편으로 가져간 상태에서 줄자에 새겨진 눈금, 숫자를 확인해야 한다. 한쪽 끝을 계속 잡고 있어야 하기에 눈금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이 불편함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여러분이 먼저 방법을 찾아본 후, 다음 사례를 확인하기 바란다. 디지털 메저링 테이프는 측정한 길이를 눈금 대신 숫자로 표시함으로써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메모리 기능이 있어서 줄을 접은 후에도 길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길이를 미터, 피트 등 원하는 단위로 자동 환산해 보여준다.
1980년대 후반, ‘영웅본색’이란 영화가 나는 물론이고 뭇 남성들의 가슴에 불을 붙이고, 성냥 한 개비를 물고 다니게 했다. 영화의 영문 제목이 ‘A Better Tomorrow’인데, 더 나은 내일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자신의 일을 세심히 살펴 불편함이나 개선점을 찾아내고 해결함으로써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역발상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지금 하는 일의 불편함, 개선점은 없는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부장,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솝 wwki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