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불사, 불로장생. 역사를 통틀어 인류가 꾸어 온 꿈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자도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지만 인간은 어떻게든 노화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과학, 기술, IT의 원류도 이 꿈에서 태어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동양에서는 황제에게 바칠 선약과 단약을 만들기 위한 연단술이 전국시대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해 진시황, 한무제를 거치며 더욱 발전했다. 서양에서도 불로불사의 완벽한 존재에 대한 관심이 ‘연금술’로 이어진 건 크게 다르지 않다. 연금술에서 화학, 각종 금속을 다루는 야금이 발달했으니 과학, IT의 시작과 멀지 않다는 건 그 뜻이다.
수천년을 지나 이제서야 인간은 오랜 꿈에 조금씩 접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미국의 ‘바버숍 장수·노화 연구소’의 연구팀은 ‘라파마이신’이라고 하는 화학물질을 이용한 노화방지 약을 개발했다고 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화학물질은 놀랍게도 38%까지 수명을 연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미국의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 박사는IT 진화에 따라 십수년 내 불로장생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10년 내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약이 개발돼 다이어트 걱정도 덜 수 있다니 아름다운 미래가 아닌가.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축복이 아니다. 오히려 수명이 늘어난 개인에겐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90∼100세를 산다고 할 때 은퇴 연령은 70대로 높아져야 할 것이고, 길어진 수명은 건강 관리, 주택, 사회복지사업 및 결혼에 엄청난 부담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되는 기술이 단순히 인간의 죽음을 연기시키는 정도라면 사람들은 마지막 수십년을 시력 감퇴, 청력 상실, 무기력, 치매 등에 찌들어 사는 불행만 맞게 될 뿐이다. 실제로 앞서 말한 라파마이신은 수명을 늘리는 대신 발암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어 현재 인간에게 바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한다.
우리도 기술을 개발하면서 이런 점을 간과하는지도 모른다. 기술을 개발하거나 미래를 그리는 것은 삶을 그저 늘리는 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수명연장 기술이라면 단순히 수명만 늘리는 게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노화현상을 억제함으로써 젊을 때만큼 기운차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연단술로 만들어진 물질은 비소, 수은, 납 등 인체에 치명적인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다량 복용한 황제들이 장수하기는커녕 평균수명이 40세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니 옛날 이야기지만 지금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하겠다.
사람은 눈앞의 목표에 천착해 큰 목표를 놓치기가 쉽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그런 것이다. 잠시 내가 하는 일이, 내가 개발하는 기술이 미래 인간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차원용 아스팩미래경영연구소 소장 wycha@StudyBusin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