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깨끗한 해변과 탁 트인 전망대,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쉼없이 오가는 항구. 부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현대적 도시문화와 자연 경관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부산의 미래는 어떨까.
‘부산의 미래는 우리의 상상력을 뒤쫓아간다.’ 정현민 부산시 미래전략본부장이 올 초 미래전략본부를 맡으며 스스로 세운 캐치프레이즈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이 명언은 주변의 흔한 돌이나 풀 한 포기도 그냥 넘기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해 승전의 도구로 활용한 헨리 4세의 이야기다.
이를 통해 정 본부장은 “부산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의 상상력에 달렸다”고 말한다. 용기를 갖고 희망찬 미래를 상상하면 그렇게 될 것이고, 좌절이나 패배의식에서 나온 상상력은 암울하거나 평범한 미래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정 본부장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말 그대로 상상 자체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곧바로 그는 “밝은 미래가 상상만 한다고 열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근거를 토대로 주장하고 설득해야 공허한 미래가 아닌 실현 가능한 미래로 다가온다”며 현실 여건에 기반한 실증적 미래 설계를 강조했다.
정 본부장이 ‘상상’하는 부산의 미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소통의 공간’이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시작이 항구를 중심으로 화물과 사람이 활발하고 자유롭게 오가며 만들어졌고 또 발전했다는 점에서 부산의 미래 또한 광범위한 정보 교류와 자본 및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 속에서 성공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도시의 미래를 얘기할 때 생태지리학적 조건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의 시작과 형성, 발전 과정, 그리고 현재의 모습까지 냉정하게 파악한 현실 진단에서 새로운 부산의 미래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전략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부산권의 강서첨단물류산업단지와 동부산권의 테마파크형 관광단지 조성, 원도심의 북항 재개발 등은 바로 이러한 생태지리학적 조건에서 사람과 돈, 상품의 흐름이 원활한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정 본부장은 보다 발전한 부산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포함해 부산시가 갖춰야 할 두 가지 실천을 제시했다. 하나는 부산을 이끄는 지식인 계층의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실천 의지다. 또 하나는 스스로 부산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 세계를 오가는 사람과 자본, 상품은 현재의 국가와 행정구역상 구분된 도시를 따지지 않습니다. 오가기 쉽고, 머무르고 싶고, 투자하기 좋은 지역이면 그만입니다. 한때 미국에서 미래 도시를 함께 연구했던 케네스 코리 박사는 부산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경쟁력 있는 물류기반에 쾌적한 삶의 공간을 갖추라고요. 이를 위해 더 이상 부산을 행정구역의 틀에 가둬놔서는 어렵습니다. 부산은 현재 부산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미래 광역도시지역(메가시티)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