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도입국, 컨버전스 프로젝트 ‘몸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달 IFRS 적용에 다시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11월 발표됐던 2014년 미 기업들의 IFRS 적용 로드맵은 크리스토퍼 콕스 SEC 전임 회장의 임기 당시 추진된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올 초 일부 대기업이 IFRS 도입을 시범 적용했지만 SEC는 현 금융 위기 상황을 헤쳐나오면서 IFRS 적용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개최된 ‘뉴욕주CPA협회’ 콘퍼런스에 참석한 SEC 최고회계사(chief accountant) 짐 크로커는 미국 기업들의 IFRS 적용 로드맵을 이달부터 다시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말 SEC의 최고회계사로 선임된 짐 크로커는 콘퍼런스에서 “올 가을 SEC의 최우선 업무 중 하나는 IFRS 로드맵으로의 회귀”라며 “IFRS 적용에 대해 포춘 500대 기업에 다수 포함돼 있는 200여 미 기업들의 의견을 받았으며 이를 토대로 IFRS 적용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고품질 회계기준 IFRS와 미국 회계기준(GAAP)의 통합 필요성은 많은 기업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IASB((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가 제정한 IFRS와, FASB(Financial Accounting Standards Board)가 만든 미국 전통 회계기준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을 어떻게 매칭, 정합(컨버전스)시켜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또 컨버전스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 IFRS를 도입하는 것이 기업들로서는 업무 중복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업이 완료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은 실제 2014년 적용이 가능할지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의 원인은 미국이 IFRS를 도입, 적용키로 결정한 2007년 당시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당시 우리나라가 IFRS 도입 로드맵을 수립한 데 반해 미국은 자국 회계기준을 옹호하면서 IFRS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은 2014년 미 기업의 IFRS 도입을 전면 추진하되 IASB에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유럽 회계기준을 기초로 한 IFRS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우니 미 GAAP과 IFRS를 계정과목별로 일치시켜나가자는 것이다.
IASB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현재 IASB와 FASB가 IFRS에 따른 계정과목 회계처리를 계속 수정, 변경중이다. 따라서 IFRS를 도입하겠다는 미 기업들도 이 컨버전스 프로젝트가 완료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두 가지 회계기준 시스템이 완전히 통합되길 기다려서 IFRS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IFRS를 도입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GAAP과의 컨버전스 작업중인 IFRS의 계정과목과 처리 방법이 계속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IFRS 도입을 결정한 각 국은 자국 GAAP과 IFRS의 컨버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04년 IFRS 도입 논의가 시작된 캐나다에서는 2006년 3월 전략적 플랜을 수립하고 이 계획에 따라 2011년까지 약 2000개에 이르는 상장기업과 금융서비스기관이 의무적으로 IFRS를 적용하도록 했다. 캐나다 회계기준위원회(AcSB)는 2011년 이전까지 기존 회계기준인 캐나디언GAAP과 IFRS의 컨버전스를 추진하며, 지난 5월 캐나디언GAAP의 위상과 IFRS와의 정합성 등을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2011년으로 예정된 도입 일정을 엄수하기로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의 IFRS 도입은 더 먼저 시작됐다. 일본회계기준위원회(ASBJ)와 IASB는 2004년 일본GAAP과 IFRS의 컨버전스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2007년 8월에는 두 기관이 컨버전스를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인다는 도쿄협약(Tokyo Agreement)을 체결하기로 했다. IFRS와 일본GAAP의 주요 차이를 2008년까지 제거하고 그 외 내용은 2011년까지 정합시킨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난달 중순 ASBJ와 IASB는 컨버전스 논의를 위한 10차 정례 회의를 열었으며 이번 회의에서는 기타포괄손익 처리, 신용리스크 등 비금융채무 및 금융채무를 포함한 부채측정 등이 논의됐다. 일본은 ASBJ위원이 IASB상임위원회에 참가하고 있기도 하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