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그린카에 탑재될 연료전지 분리막에는 고도의 표면처리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또 차량 운행 자체에서 연료소모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샤프트와 피스톤 등에 단단하면서도 매끄러운 금속 부품이 들어가야 한다. 이 분리판 제조를 위한 나노 처리기술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상용화가 안 된 미개척 분야이며, 고경도·저마찰 차량 부품 수요는 앞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이 시장을 겨냥해 뛰고 있다.
경기도 시화공단에 자리잡은 제이앤엘테크(대표 전영하 www.jnltech.co.kr)는 금속 표면을 다이아몬드처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DLC(Diamond-Like-Carbon)라는 표면처리 기술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DLC 코팅은 메탄가스를 원료로 이용해 금속 표면에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구조의 탄소막을 씌우는 기술이다. 경도가 매우 높고, 코팅 표면이 매끄러울 뿐만 아니라 화학적으로 안정돼 일명 ‘다이아몬드 코팅’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내식성과 내마모성이 요구되는 부품의 표면처리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코팅 밀착력이 낮은데다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단가가 높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제이앤엘테크가 이 한계를 넘어, 또 한번 기술적 도약을 통해 글로벌시장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나노 표면 질화(窒化) 처리 기술인 ‘아토나(ATONA:Atomic Nitriding Application)’를 기술이전 받으면서 부터다.
그동안 DLC가 분자물 또는 그 화합물 단위에서 이뤄진 표면처리 기술이라면,아토나는 처리 과정을 원자 단위화한 것으로 결과물의 경도와 마찰계수는 이전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
제이앤엘테크는 표면처리기술은 물론 향후 글로벌 자동차 부품시장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에 이 아토나기술의 실화 장비를 독점 수출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일본 유력 업체와 대리점 계약도 맺었다.
전영하 제이앤엘테크 사장은 “일본은 이 아토나기술의 제품화·상용화에 크나큰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그 성장 잠재력을 본 것”이라며 “그동안 일본을 쫓아가거나 대등한 수준이었던 표면처리 기술 경쟁에서 완전히 우리가 일본을 역전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이앤엘테크는 아토나 기술을 미래 전략분야로 가져가는 한편, DLC 장비 사업도 크게 확장하고 있다. 2년 전부터다.
DLC기술에만 머물러서는 판을 키울 수 없고,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고가의 DLC 장비 사업을 본격화함으로써 기술과 장비시장을 모두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에는 경북 구미에 DLC장비 제작을 위한 제2공장을 설립했으며, 현재 제1공장이자 본사로 쓰고 있는 시화공단 사옥 인근의 6611.6m²(200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본사 1층 측정장비실에는 제이앤엘테크의 브랜드를 단 측정장비들이 늘어서 있다. 마찰계수나 코팅물성측정에 꼭 필요한 시스템들이다. 큰 현미경 같은 측정장비가 1대에 800만원대에서 3000만원 대까지 다양하다.
전 사장은 “측정장비에서부터 DLC장비까지 모두 수공예품이라고 해야할 만큼, 섬세하고 고숙련의 조립 작업이 들어가야한다”며 “어느 장비가 언제 완성되고, 언제 어디로 팔려나갈지를 자식처럼 다 꿰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금은 주 조립장 한켠에서 중국에 판매하기로 계약된 3억원짜리 DLC장비 제작이 한창이다. 제어기와 DLC 장비가 한 세트로 이뤄져 모든 표면처리공정 자체를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전 사장은 “DLC 코팅 임가공 사업이 수익률이 굉장히 높지만, 그것에 안주해서는 진짜 시장을 잡을 수 없다”며 “임가공으로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장비 개발 등 신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고상하고, 첨단 색깔이 나는 사업쪽으로 눈을 둘릴 때 전 사장은 오히려 표면처리 그 핵심기술을 파고 들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사양 기업은 있어도, 사양 산업은 없다”는 말을 자신에게 되내인다.
표면처리산업은 사양되지 않고,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
시화공단(안산)=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인터뷰-김성완 생산기술연구원 열·표면기술연구부 수석연구원
“연구실에서 만든 기술이 아무리 세계적인 결과라 하더라도, 그것이 비즈니스와 연결되지 못하면 한갖 이론에 불과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토나(ATONA) 기술이 제이앤엘테크를 만난 것은 글로벌 표면처리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운명적 출발이었던 것이죠.”
아토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김성완 생산기술연구원 열·표면기술연구부 선임연구원은 기술의 진짜 완성은 제품화·상용화에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제이앤엘테크와는 기술 이전 기업과 원천 개발자와의 계약적 관계가 아니라 공동 개발 및 공동 사업화 파트너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박사와 제이앤엘테크 전영하 사장의 기술적 연대감은 벌써 10년 전부터 쌓여져 왔다. 국내외 표면처리학회에 뛰어 다니며 활약하던 김 박사는 물리학 박사이면서 표면처리분야에 관심이 깊었던 전영하 사장을 매번 학회에서 만나곤 곧바로 친해진다.
김성완 박사는 “나름대로 깊이 있는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었지만, 전 사장 처럼 비즈니스 감각을 갖고 있는 인물을 만나지 못했다”며 “기술적 깊이는 물론 사업화 감각에 반해 인간적으로 친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원천기술에 소프트웨어(SW)를 더하고, 장비 만들어 산업계에 확산시키는 것이 기술이 지향하는 종국적 목표”라며 “돈 벌 수있는 장비를 만들어 팔아야 그것을 산 사람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고, 돈을 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기술의 사업화 완성을 중시했다.
오는 10월 25일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열처리대회’에 김 박사는 ‘연료전지에 활용되는 나노기술 적용 분리막 기술’을 들어나가 소개할 예정이다. 아토나 상용화기술이 사실상 국제 무대에 데뷔하는 셈이다.
김 박사는 “아토나는 일본 특허는 물론 국내외 특허 다 돼있는 만큼, 이제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문제가 없다”며 “이젠 월드비즈니스로 나아갈 때”라며 의욕을 보였다.
아토나 기술을 표면처리에 적용한 아토나장비 1호기는 내년 3월쯤 세상에 선보일 예정이다.
◆아토나기술이란?= ATONA(Atomic Nitriding Application)는 부품 표면에 10∼50㎚ 크기의 입자를 형성하는 질화 처리를 한 후, 여기에 DLC(Diamond-Like-Carbon) 코팅을 해서 밀착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나노 크기의 질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넓은 표면적에도 질소가 깊고 빠르게 흡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화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철강 내부의 경도 저하 없이 높은 품질의 열처리를 할 수 있다. 또한 처리 뒤에도 색상 및 가공 면의 변화가 없어 코팅 등 후가공을 하기도 쉽다. 자동차 산업, 특히 캠 샤프트, 밸브, 피스톤, 피스톤 링 등 주요 마찰 구동 부품에 적용되어 활발한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