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공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재봉기(미싱)의 밑실(북실:재봉틀의 북에 감은 실)을 얼마나 잘 갈아끼우냐다. 언제 실이 떨어질 지 몰라 원단에 빈 박음질을 하거나, 봉제물 중간에서 새 밑실로 잇기도 한다. 그 과정서 불량품이 많이 생긴다. 예상치 못한 사고도 부른다. 차량용 에어백이 충돌 사고시 부풀려지다가 제 기능을 못하고 실밥이 풀려버리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아이젠글로벌(대표 조훈식)이라는 한 중소업체가 시스템반도체·센서·자동제어 등 첨단 기술을 재봉기에 접목시켜, 밑실을 자동 교체함으로써 봉제 관련 후속 공정을 획기적으로 혁신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4년전 창업 뒤 줄곧 재봉 공정 자동화란 한 우물을 파온 이 회사가 개발한 기술은 밑실의 교체 시점을 사전에 제어함으로써 원단의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한편, 공정 품질을 높이도록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회사는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 기업 A사와 영국의 봉제가공 기업 B사 등과 거액의 러닝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제공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어 기술 수출 성과도 기대됐다. 기술력이 입증되면서 초기 개념 차원일 때보다 로열티 협상액 규모가 10배 이상 치솟았다.
이 기술의 글로벌 성공을 위해 전문 기술기관과 연구조합, 협회 등도 뭉쳤다.
아이젠글로벌을 중심으로 전자부품연구원(원장 최평락), 한국섬유기계연구소(소장 전두환 영남대 교수), 한국봉제기술연구소(소장 류종우), 한국의류시험연구원(원장 박창형), 성남섬유제조사업협동조합 등이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프로젝트 이름은 ‘섬유 융합 IT-디지털 헛박음질 불량 원천 차단시스템을 통한 봉제산업 경쟁력 제고’다.
전자부품연구원은 이 기술의 가치를 일찌감치 감지해 시스템반도체(SoC) 및 센서, 제어기술을 지원했다.
경남에 있던 아이젠글로벌을 아예 수도권(성남)으로 진출시켰다. 지역기업 육성이라는 모토와도 맞아떨어지는 행보다.
조훈식 아이젠글로벌 사장은 “국내외에 반도체센서와 광학기술을 적용한 북실 방식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150년된 제봉기의 역사를 한꺼번에 바꿀 융합기술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