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LG이노텍의 LCD 모듈 사업 부문을 인수한다. LG이노텍의 LCD 모듈 사업은 지난해 연매출 5000억원 규모로, LG마이크론과 합병 전 최대 주력 사업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LCD 시장을 향한 외형 경쟁에 나서는 발판으로 삼고, LG이노텍은 발광다이오드(LED) 등 차세대 성장 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지가 반영된 교통정리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내년부터 LG이노텍의 LCD 모듈 사업을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사업부에 통합하기로 하고, 매각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의 핵심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중소형 LCD 사업을 통합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면서 “양사 모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얼마 전 그룹 차원에서 (이 같은 교통정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휴대폰·내비게이션·PMP 등 중소형 LCD 사업에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다소 애매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LCD 패널(셀)을 판매하면, LG이노텍이 셀 후가공과 모듈 작업을 거쳐 외부로 납품했다. 양사 모두 일부 외주 가공을 병행하기도 했다. 반면에 삼성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과거 삼성전자 시절부터 셀 및 모듈 사업을 모두 영위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중소형 LCD 사업에서 2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데 비해 LG디스플레이는 1조원 이하에 머물면서 외형 경쟁에 뒤처졌다.
LG디스플레이는 LG이노텍 LCD 모듈 사업의 인적·물적 자산을 모두 인수하기로 하고, 현재 가장 민감한 현안인 양수 대금을 놓고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LG이노텍은 매출 규모나 자산 가치 등을 고려할 때 5000억원 선, LG디스플레이는 1000억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방침이어서 다소 진통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매각 대금을 대부분 LED 설비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양사 간 공식적인 사업 조정 일정은 내년 4∼5월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의 LCD 모듈 사업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두 자릿수인 만큼 내년 3월 주주총회의 정식 의결을 통과해야 한다. 양사 관계자는 “LG이노텍의 LCD 모듈 생산이 대부분 해외(중국 옌타이)에서 이뤄져 법적인 교통정리가 복잡한 게 사실이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중소형 LCD 사업의 통합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중소형 LCD 모듈 사업이 통합되면 LG디스플레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동시에, LG이노텍은 차세대 주력인 LED 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중소형 LCD 모듈은 수익성보다 외형 경쟁의 측면이 큰 사업”이라며 “LG이노텍으로선 LED와 인쇄회로기판(PCB)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투자를 집중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주총 거쳐 내년 4~5월께 사업 통합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LGD·LG이노텍 중소형 LCD사업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