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제론의 고민과 줄기세포 월드컵

[미래칼럼] 제론의 고민과 줄기세포 월드컵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배아줄기세포 연구 규제를 풀면서 미국 제약사들이 앞다퉈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제론의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이 척수 환자에게 투여되기 직전 잠정 중단됐다는 소식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현지 전문가들은 동물 임상시험에서 줄기세포의 과다 투여가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줄기세포 과다 투여가 안전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이는 수정란 배아줄기세포가 넘어야 할 ‘인체의 면역거부반응 극복’이라는 산이 아직 높고 거대함을 암시한다. 수정란줄기세포는 본래 다른 사람의 세포로부터 만들어졌기에 인체에 투입되면 면역거부반응을 야기할 위험성이 지적돼왔다.

 제론은 소량을 투입해서는 배아줄기세포 본래의 치료효과를 입증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100% 모두 투입하면 면역거부반응이 우려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또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하기 위해 약 2개월간 환자에게 면역억제제를 투입하는 방법이 있지만 면역억제제 자체가 환자의 저항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부작용을 낳는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의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줄기세포의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해낼 맞춤형 세포수립이라는 황금열쇠는 유감스럽게도 미국이 아닌 일본과 한국에 있다.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수립 방식은 일본이 주도하는 난자 없이 배아줄기세포를 유도하는 유도만능세포(iPS), 그리고 황우석 방식으로 유명한 체세포 핵이식 배아줄기세포(SCNT)가 꼽히고 있다.

 그에 비해 황우석 방식 줄기세포인 체세포 핵이식 연구는 난자윤리와 핵이식 기술의 어려움 등으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일단 성공하면 임상시험으로 가장 빠르게 가는 지름길로 꼽힌다. 비록 지난 황우석 논란 이후 관련 연구가 국내에서 4년째 시궁창에 내팽개쳐졌지만 올해 들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최근 한국의 법원에는 황우석 팀의 2004년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이 아닌 진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였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제출됐고 세계 10여개 국가에서는 여전히 황우석 팀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의 특허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과의 공동연구 협정에서 드러났듯이 서울대 등 국내외 많은 연구자가 체세포 핵이식 연구를 위한 새로운 라인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펼쳐 놓은 세계 줄기세포 전쟁. 그 전쟁터의 한가운데에서 주역이 될 나라는 어쩌면 종주국 미국이 아닌 한일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과학연구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고 성공은 또 다른 성공을 낳기 위한 숙제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열한 줄기세포 연구경쟁 속에서 우리 과학자들에게 다시금 연구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시정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발판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열어둔 세계 줄기세포 월드컵에서 우리 연구자들이 당당히 태극기를 꽂을 수 있는 가슴 벅찬 순간이 올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노광준 경기방송 PD pdnk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