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처럼 로봇산업 육성에 범정부 차원의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는 없습니다. 로봇융합포럼 출범을 계기로 부처 간 로봇정책을 둘러싼 경쟁의식과 장벽을 허물고 융합시대에 걸맞은 로봇산업 육성책이 나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염영일 포항지능로봇연구소장(67)은 지난주 지식경제부·교육과학기술부·국방부 등 10개 부처 로봇 담당자와 각계 전문가 140여명이 참가한 로봇융합포럼 창립식에서 초대의장으로 선출됐다.
로봇융합포럼은 그동안 부처별로 쪼개져 진행하던 로봇육성 정책을 하나로 모은 범정부 차원의 협의체란 점에서 각별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럼은 모든 분야의 로봇개발자와 수요자가 함께 참여하는 원칙에 따라 교육과 국방사회안전, 의료재활, 해양건설교통, 농업, 문화, 홈서비스, 제조의 8개 분과별로 구성된다. 포럼패널에는 미래학자, 인문학자, 미디어 전문가 등 로봇 비전공자를 대거 포함시켰다.
염영일 의장은 “미래 로봇은 과학기술과 인문지식의 복합체가 될 것”이라면서 다양한 지식과 감성의 융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봇은 기계공학, 재료공학, 컴퓨터제어, 프로그래밍 등 기존 공학 분야와 인문사회학과 연계된 상상력 등을 종합했을 때 비로소 훌륭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봇융합포럼의 출범은 매우 시기적절합니다.”
그는 로봇왕국인 일본, 미국도 특정산업 육성을 위해서 정부부처들이 머리를 맞대는 지원조직은 없다면서 뿌듯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염 의장은 매달 로봇융합포럼의 8개 분과위원회를 개최하고 12월 안에 성과를 발표하는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경부는 포럼에서 나온 결과물을 정책개발 및 신규 프로젝트 발굴에 적극 활용하게 된다. 그는 로봇기술을 처음 접하는 다른 분야 사람들과 만나면서 오히려 많이 배운다고 겸손하게 고백했다.
“창립식에서 농림부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실제로 농업 행정을 담당하는 분이라서 로봇기술에 대한 기대방향이 기술자들과 많이 다른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의견들을 종합해서 나라의 로봇정책에 반영시키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난 1980년 초반부터 로봇공학을 개척해온 우리나라 로봇 1세대로 불린다. 미국 유타주립대학과 위스콘신대에서 기계공학과 기계역학을 공부한 이후 생명공학과 기계공학을 접목한 바이오로봇 연구에서 국내 1인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염 의장의 가장 큰 소망은 차세대 로봇산업이 우리나라에서 꽃을 피워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다. 언제쯤 서비스 로봇산업이 활성화되겠냐는 질문을 던져봤더니 준비된 답변이 나온다. “소비자는 가정용 로봇에 대해서 PC 가격의 두 배까지 지급할 용의가 있다고 합니다. 가격대 300만원 내외로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을 충족시키는 로봇제품이 나오면 시장에서 안착할 가능성이 큽니다.”
염영일 의장은 앞으로 기계공학은 거의 로봇공학으로 대체될 것이라면서 로봇융합포럼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서 로봇강국의 꿈을 앞당기겠다고 다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