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가 내년부터 전기경차 I-10의 시험양산에 들어감에 따라 전기모터, 2차 배터리 등 부품업계에 샘플발주가 잇따르고 있다. 전기차 부품업계는 그간 수출 일변도의 매출구조에서 벗어나 안정된 내수시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는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100% 전기로 달리는 ‘i10 전기차’를 출품했다. i10은 본래 현대차 인도공장에서 생산하는 배기량 1100cc의 유럽형 경차다. 현대차는 이 소형차의 파워트레인을 전기모터로 교체한 i10 전기차를 수백대 양산해서 내년도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친환경차 시범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i10 전기차는 49㎾ 트랙션 전기모터와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팩을 장착해 최고시속 130㎞에 달한다. 1회 충전으로 최대 160㎞ 거리를 주행하며 15분만에 배터리 80%를 충전하는 급속충전시설도 함께 보급될 예정이다. 법적으로 자동차 도로 주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완성차업체가 시판하는 최초의 순수 전기차란 점에서 i10 전기차의 핵심부품을 공급할 제조사들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계열의 부품협력사로 들어설 첫번째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최근 LS산전과 i10 전기차의 샘플제작을 위해 50억원대 규모의 전기차 구동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LS산전은 양산형 국산 전기차 1호에 들어가는 고압스위치, 인버터 등을 납품하게 됐다.
LS산전은 지난달 미국 GM사와도 전기차 부품수출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차는 i10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 공급업체로 LG화학과 삼성SDI를 모두 검토하고 있다. 가격과 성능에서 국산 리튬 배터리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내년도 정부 시범사업에서 두 회사의 배터리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i10 전기차에 탑재할 충전기 납품업체로는 LS전선과 스위스 브루사 일렉트로닉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도 선보일 i10 전기차가 사실상 테스트용인 점을 감안해서 특정기업에 몰아주지 않고 가능한 국내외 여러 회사 부품을 채택할 방침이다.
전기차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전기차 시장진출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발주물량이 크지는 않지만 i10 전기차 부품납품을 따는 것은 친환경 전기차 부품시장을 선점하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