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반등세를 주도했던 IT(정보기술)와 자동차주가 연일 조정을 받으며 주도주로서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IT와 자동차주가 원화 강세와 실적 둔화 우려로 당분간 약세를 보이겠지만 다시 반등 국면이 시작되면 예전의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7일까지 IT가 속한 전기.전자 업종 지수는 10.04% 하락했고, 자동차가 속한 운수장비 지수도 같은 기간 10.40% 떨어졌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5.98%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낙폭이 상대적으로 큰 셈이다. 지난 7월 중순부터 시작된 반등 랠리를 바로 IT와 자동차가 주도했던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코스피지수가 7,8월 두달 간 14.98% 단기 급등하는 동안 전기.전자는 31.76%, 운수장비는 21.18%나 올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며 환율 효과가 사라지고 향후 실적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에 IT와 자동차가 연일 조정을 받고 있다. IT, 자동차가 지난 상승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이 고환율 수혜와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반사이익에 따른 실적 개선세였다면 앞으로 그런 상승 모멘텀이 더는 유효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IT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 4분기 실적 둔화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문제는 4분기 이익 감소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될 것이냐다. 한편에선 환율과 완제품 가격 하락,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연결기준으로 2조5천억원까지 떨어질 것이란 비관론과 다른 한편에서는 반도체 부문에서 획기적 이익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3조원대 중반으로 선방할 것이란 낙관론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어쨌거나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 못할 것이란 관측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애널리스트는 “2002년 이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한 국면에서 주가는 평균 4.3% 하락했고, 주가가 오를 확률도 24%에 불과했다”며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주가가 상승했던 사례는 17개 분기 중 네 차례에 불과했고 그나마 이라크전쟁 이후 주식 시장이 상승추세로 돌아선 2003년 2분기를 제외하면 평균 2% 오르는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종도 IT와 상황이 크게 다를 바 없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와 효율적인 마케팅, 제너럴모터스(GM) 등 선진 제조업체의 경영위기, 경기 침체에 따른 소형차 중심으로 수요구조 변화 등에 힘입은 국내 자동차업체의 상대적 경쟁 우위가 향후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 자동차업체가 구조조정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게 된다면 경쟁 강도 역시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미국의 ’중고차 현금보상(cash for clunkers)’ 프로그램 등 각국 정부의 자동차 수요 진작 정책 효과가 사라진 후 수요가 얼마나 유지될 것인가이다. 현대증권 조수홍 애널리스트는 “올해 각국 정부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에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한 탓에 자동차 수요가 경기에 선행해 급증했으며, 내년에 일부 지역에서는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는 등의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IT와 자동차의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에도 증시가 앞으로 반등하게 되면 상승장의 ’쌍두마차’가 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환율 하락에 따라 내수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 이익이 시장 분위기를 주도할 만큼 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IT와 자동차가 다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IT와 자동차가 그동안 증시에서 강세를 보인 것은 글로벌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 때문”이라며 “경기 침체기에 시장 점유율을 높인 기업은 경기 회복기에 이익이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최근 환율 영향으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