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RFID칩 안전성 논란

시중에서 유통되는 애완견 관리용 전자태그(RFID)칩<사진>의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 동물병원에서 KS규격에 미달하거나 유통기간이 지난 저가 RFID칩까지 마구잡이로 시술해 애완견 몸 속에서 생체적 이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1월 동물보호법 개정에 따라 각 지자체는 애완견 몸에 소유자 정보가 담긴 RFID칩을 주입하거나 전자목걸이를 의무화하는 ‘반려동물 등록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성남, 안양, 부산, 제주시 등에서 애완견 1만5000여 마리가 RFID칩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시스템은 생체주입형 RFID칩의 안전성을 보장하기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손발 안맞는 행정체계= 농림부는 지난 연말부터 애완견에 RFID칩을 주입하는 반려동물 등록제 시범사업에 서둘러 착수했다. 반면 기술표준원은 생체주입형 RFID칩의 재질, 관리코드에 대한 KS표준을 올해 4월에야 뒤늦게 발표했다. 다시 농림부는 지난달 반려동물 등록에 사용하는 RFID칩은 반드시 KS표준을 따르라고 고시했다. 결국 1년 가까이 정식표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견공들에게 주입시술부터 해왔던 셈이다. KS표준에 따르면 애완견용 RFID칩 외피는 살 속에서 쉽게 융착되는 바이오글라스(BioGlass)로 만들어야 한다. 반면 시중에 다량 유통된 애완견용 RFID칩 상당수는 일반유리(Glass)로 제작돼 체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RFID칩이 개 목덜미에서 고정되지 않으면 유기견이 발생해도 주인을 찾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해당견이 식용으로 둔갑했을 때 작은 유리조각(RFID칩)이 살점에서 나오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도진 망국병 ‘저가경쟁’= 쌀알 크기의 생체주입형 RFID칩은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영세한 수입업체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과도한 저가경쟁을 펼치다 보면 애완견용 RFID칩의 품질과 안전성은 뒤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값싼 유리재질 RFID칩으로 정부 품질검사를 통과해 놓고, 소비자 판매시는 바이오글래스 재질이라고 속여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유통기한이 지나서 코팅처리가 손상된 불량 RFID칩이 일선 동물병원에 납품된 경우도 나왔다. 한번 삽입하면 눈에 안보이고 사람이 아닌 동물한테 쓰는 물건이라는 안이한 인식이 혼란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애완견에 RFID칩을 시술하는 수의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동물병원의 장재복 원장은 “최근 애완견에 삽입된 RFID칩 문제로 생긴 지방종 제거수술을 수차례 진행하면서 시청에도 항의했다. 정부가 RFID칩의 안전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등록사업을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