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분야 13개 정부 출연연구소(출연연)가 내년 9월까지 확 바뀐다.
지배구조(거버넌스)를 포함해 역할과 기능·인력까지 모두 재조정하는 40년 출연연 역사상 유례가 없는 변화가 예고됐다. 정부 용역 수행기관인 아서디리틀(ADL)은 조직 개편 방향과 관련 △13개 법인 해산 뒤 단일법인화 △산업기술연구회를 법인화하고 그 아래 각 기관을 두는 방식 등 모두 9개 안을 중간 결과로 내놓았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취임 이후 정부 연구개발(R&D)사업 개편·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상황까지 겹쳐 산·학·연·정 전반에 폭풍 전야와 같은 분위기가 엄습했다.본지 7월 31일자 1면 참조
8일 지식경제부 고위당국자는 “산업기술 출연연에 대한 지배구조 및 조직 개편 작업을 내년 (9월) 정기국회까지 마무리한다는 시간표를 갖고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뚝딱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풀릴 문제들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공청회 등 충분한 여론수렴 기간을 가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출연연 조직 개편 완료시점과 관련해 고위당국자의 확정적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산업기술연구회 주최, ADL 주관으로 열린 ‘정부 산업기술 연구기관의 새로운 역할’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에서도 지난 3월부터 ADL이 정부 위탁을 받아 수행해 온 ‘산업기술 출연연 조직개선 방안 프로젝트(일명 CORE프로젝트)’에 대한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홍대순 ADL 부사장은 “출연연과 대학은 이제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서 기업을 중심에 놓고 지원하는 체제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우리 역대 출연연 거버넌스가 정권 교체에 따라 상급기관이 바뀌는 방식에 치우쳐 왔다면, 이젠 시너지와 기능·효율을 따져 출연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부사장은 “산업기술 13개 출연연을 정예화하고, 소관하지 않는 분야는 과감히 다른 부처로 옮기는 과정을 거쳐 9개 옵션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참석한 출연연 일부 관계자들은 정부와 ADL의 일방통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한 참석자는 “출연연 연구원들을 그야말로 장기판의 말로 여기는 듯하다”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성창모 효성기술원장은 “출연연 구조조정은 연구원을 자르는 작업이 아니라,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만들어주는 작업이 돼야 한다”며 정부의 신중하고, 장기적인 접근을 당부했다.
패널 토의에서 이창한 지경부 산업기술정책관은 “출연연별로 특수성이 있고, 국가 R&D 성과 분석의 적정성도 따져봐야 하는 만큼 시간에 쫓겨 성급히 결론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도 ADL의 용역 결과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끈기를 갖고 논의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