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오락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와 유사한 영화‘과학관이 살아 있다’를 구상 중입니다. 1년 과천과학관 관람 인원 100만명을 영화 한 편으로 모을 수 있지 않을까요? ”
전 과학기술처 장관과 4선 의원을 지낸 과학기술계 원로 이상희(71) 대한변리사회 회장이 국립과천과학관장 2대 관장직으로 과기계에 돌아왔다. 지난 2001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분야 요직에서 물러난 지 10년 여만이다. <본지 10월 5일자 20면 참조>
8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과학기자실에서 악수를 건네는 이 관장의 표정은 늘 그렇듯 자신감이 넘치고 밝았다.
장관까지 지낸 원로가 2급 국장직을 수락했다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사회에 봉사하는 심정으로, 수십년간 쌓은 경험을 반납하기 위해 수락했다”는 게 그의 속내다. 막 임명장을 받은 직후였지만 과학 대중화를 위한 이 관장의 계획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가칭 ‘과학관이 살아 있다’ 영화 제작을 위해 지인을 통해 미국 제작사와 접촉도 시도 중이다. 심형래·김종학 임찬상 감독과도 벌써 만나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 관장의 다소 신선한 발상은 첨단게임산업협회 산파 역할과 현 문화부 기능성게임포럼위원장을 지낸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관장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영상과 게임을 매개로 추상적인 개념인 ‘과학 대중화’가 아닌 ‘과학생활화’를 실현할 것”이라며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박물관 탐방에 이어 곧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등을 둘러볼 예정인데 과학관이 사회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이 많다”고 말했다.
과학계에 폭넓게 퍼져있는 인맥을 토대로 우리 과학 기술의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한 방안도 여럿 내놨다.
이 관장은 “국회의원들과 만나 과학관 인력 확충을 위한 법 재·개정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한데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과학관에 와 이공계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과천과학관장 외에도 대한변리사회 회장, 세계사회체육연맹(TAFISA) 회장, 가천의과학대 석좌교수 등을 맡고 있다.
건강 유지 비결을 묻자 “매일 10시가 넘어서야 귀가할 정도로 바쁘지만 일주일에 2∼3번은 꼭 지하철을 타고 단학·롤러블레이드 등을 즐긴다”며 비결을 귀띔한다.
무엇보다 우리 과학기술 부흥을 위한 그의 열정이 지속되는 한 고희를 넘긴 이 관장의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