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주간사 "지분 분할매각 추진"

하이닉스반도체[000660] 매각 주간사가 인수전에 단독 참여한 효성[004800]에 채권단 보유 지분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매각하고 채권단은 우호세력으로 남아 경영권을 지켜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9일 금융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의 채권단은 15% 안팎의 하이닉스 지분과 경영권을 효성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효성과 하이닉스의 매각 주간사도 이 같은 지분 분할 인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효성이 하이닉스 매각 대상 지분 28% 중 15% 정도만 인수하게 되면 자금 부담을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성공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효성이 전체가 아닌 일부 지분 인수로 하이닉스 인수.합병(M&A)에 성공한다면 추후 경영권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특혜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매각주간사 “하이닉스 지분 15% 내외 매각 검토”=하이닉스 매각 주간사는 효성 측에 채권단이 보유한 하이닉스 지분(28.07%) 중 일부(15~20%)만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 역시 일부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여러 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이 채권단 보유 지분 중 15~20% 정도와 경영권을 인수하면 채권단이 나머지 지분을 우호 지분으로 보유하면서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형태가 거론되고 있다. 효성이 15~20% 내외의 지분을 인수해 주요 대주주가 되면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 채권단은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우호 세력으로 남아 있다가 절절한 시점에 시장 또는 효성에 나머지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이외에 효성이 하이닉스 지분 10%만 인수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15~20%까지 늘리는 방법도 가능한 시나리오이지만 효성에 너무 유리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지분 매각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매각주간사와 효성이 매각 대상 지분 중 일부와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으로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효성이 이처럼 지분을 일부만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자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 대상 주식인 1억6천5천548만주를 전량 인수하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4조 원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효성 측이 지분 15~20%만 사들인다면 인수 자금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도 2조원대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효성은 안양 공장 등의 자산 매각과 자기 자금, 차입, 재무적투자자(FI) 유치 등을 통해 2조원대까지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 “부분 또는 분할 매각 검토하겠다”=하이닉스 채권단도 효성 측에서 예비입찰제안서에 지분 분할 매입 등을 요청해오면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매각 대상 지분 전량을 팔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효성 측이 지분 일부를 먼저 매입하고 나머지 지분은 매입 가격 등의 조건을 붙여 제안해온다면 타당성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효성이 매각 대상 지분의 15% 또는 20%를 우선 인수하되, 몇 년 뒤 나머지 지분은 얼마에 인수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면 분할 매각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지분을 분할해 사겠다고 하면 유찰됐을 것이나 지금은 후보가 한 곳뿐인 만큼 매각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하이닉스 매각이 무산돼 또다시 입찰을 하더라도 다른 매수자를 찾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채권단은 하이닉스 반도체를 효성이 인수하더라도 경영상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년간 채권단이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하이닉스를 이끌어온 것처럼 효성도 전문경영인을 두고 대주주 역할에 충실하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채권단은 내주에 효성으로부터 예비입찰제안서를 받아 본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효성, 부담 완화…논란도 따를 듯=전문가들은 지분 분할 매입 등의 M&A가 가능해지면 효성으로서는 인수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초기 인수부담이 줄어 효성으로서는 나쁘지 않다”며 “M&A가 성사된다면 8년 간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채권단을 통해 경영이 이뤄진 하이닉스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각 성공도 중요하지만 효성이 적은 비용으로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되면 향후 경영권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또 특혜논란이 따를 수 있다는 부담이 남게 된다.

소용환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효성이 대규모 차입에 의존해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며 “그러나 효성이 적은 부담으로 지분 일부만 인수하고 경영권 안정을 위해 채권단 지분이 우호 지분으로 남는 형태로는 특혜시비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