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상장사는 들러리?…주가 시름시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첫 일본 기업이자 6번째 외국 기업인 네프로아이티의 현 주가는 4천755원. 지난 4월24일 상장 이후 나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해 공모가(4천500원) 수준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다.

지난 5월29일 상장된 차이나그레이트스타의 현재 주가도 1천750원으로, 역시 공모가 1천700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수년 동안 공을 들여 유치한 국내 상장 외국 기업들의 현주소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추진하는 외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 외국계 상장사들의 주가는 대체로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들은 모두 8개사로, 유가증권시장에 화풍집단 KDR(상장일 2007년 11월26일)과 연합과기(2008년 12월4일), 중국원양자원(올해 5월22일) 등 3개사가 속해 있다. 코스닥시장에도 3노드디지탈(2007년 8월17일)과 코웰이홀딩스(2008년 1월29일), 중국식품포장(올해 3월27일), 네프로아이티(4월24일), 차이나그레이트스타(5월29일) 등 5개사가 상장됐다. 하지만 이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거나 공모가 수준에 머무는 기업만 해도 6개사에 이른다.

중국 직물가공업체로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첫 외국 기업인 화풍집단 KDR의 현 주가는 2천295원으로, 공모가 5천600원 대비 주가 하락률은 59.02%에 달하며, 3노드디지탈 주가도 공모가보다 12.2% 낮다.

연합과기의 경우 감사의견 ’의견거절’로 상장 5개월여 만에 퇴출 위기에 몰리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현 주가는 공모가 2천200원보다 35% 낮은 1천43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상장한 중국식품포장과 중국원양자원은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 163.3%와 98.38%에 이르지만, 증시 전반의 상승세와 이들 기업이 상장할 때 원래 기업가치보다 공모가가 턱없이 낮게 형성된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부진한 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외국계 기업들이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섬유·의복, 음식료품 등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낙후된 업종에 속해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또 이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IR)나 기업보고서 등 정보 제공 기회가 거의 없었던 점도 푸대접을 받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들이 원활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다른 외국 기업들도 상장을 꺼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당 외국 기업들이 주가 하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면도 있지만, 거래소에서도 좀 더 체계적인 외국 기업 관리가 필요하다”며 “거래소 측에서 중국에 있는 기업들을 한데 묶어서 합동 IR을 추진한다거나 화상 IR을 시도하는 등 이들 기업의 정확한 현재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전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