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크게 세 번에 걸쳐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먼저 보급형 필름 카메라의 등장이다.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업체는 기존 70㎜ 거치식 카메라를 탈피해 35㎜ 휴대형 카메라를 개발하면서 필름 카메라 시장을 열었다. 1925년 독일 라이카가 첫 35㎜ 카메라인 ‘라이카 A’를 양산하면서 크기·화질 요구 모두를 만족하면서 필름 카메라는 1926년 1600대에서 1930년 3만8000대까지 급증했다. 카메라 대명사로 불리는 라이카 시대의 개막이다.
이어 1950년대 ‘RF(Range Finder)’ 방식에서 ‘렌즈 교환식(SLR:Single Lens Reflex)’으로 넘어가면서 카메라 시장은 일대 변혁을 거쳤다. 당시만 해도 카메라는 피사체까지 거리계로 측정해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었다. 렌즈를 갈아 끼우는 SLR 제품은 RF 한계를 뛰어넘었다. 렌즈로 들어온 빛을 거울을 통해 직접 뷰파인더에 전달해 보이는 그대로 촬영할 수 있다는 면에서 혁신적인 방식으로 평가받았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기술력을 축적한 니콘·캐논 등 일본업체가 1950년대 후반 SLR 카메라를 출시하면서 카메라 시장 전면에 등장한 것도 이맘때다. 라이카도 뒤이어 1965년부터 SLR 방식의 ‘라이카 플렉스’를 출시했으나 이미 경쟁에 밀려난 상황이었다.
마지막 세대교체는 1980년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다. 디지털 카메라 등장은 필름을 공통 분모로 했던 카메라 시장의 기존 패러다임을 ‘180도’로 바꿔 놓았다. 1975년 코닥 엔지니어였던 스티븐 세손이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해 디지털 시대를 열었다. 당시 이 제품은 4㎏ 무게에 1만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장착했으며 이미지 한 장을 카세트 테이프에 저장하는 데 20초 이상이 필요했다.
이어 1981년에는 소니가 최초의 상용화 디지털 카메라 ‘마비카’를 출시하면서 보급에 탄력을 받았다. 이승현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기술의 융·복합화가 진행되면서 경쟁의 장이 ‘산업 내’에서 ‘산업 간’으로 바뀌고 있으며 카메라 시장도 이런 메가 트렌드에서 예외일 수 없다”며 “환경 변화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 퇴출했던 미국 폴라로이드, 일본 교세라, 독일 아그파와 같은 업체는 수없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혁신 기술을 갖추지 못한 후발업체라도 원천 기술을 가진 업체와 손잡고 숨겨진 작은 기술을 통해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큰 게 카메라 변천 역사가 주는 경제적 교훈”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