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은 도시·철도·공항·수자원·석유화학플랜트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기획에서부터 경제적 기술적 타당성조사, 기본설계, 상세설계, 기자재조달, 감리, 시운전, 유지 보수 등 시공을 제외한 전 과정을 책임지는 핵심 산업이다.
엔지니어링 산업은 건설·정보통신·환경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과학적 지식과 산업 기술을 조합하고 최적화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지식기반산업일뿐 아니라 연관산업의 시장 확장과 수익성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이다.
그러나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잠재력이나 향후 시장가치에 비해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의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70년대에 기술용역 분야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었던 것을 제외하면 지난 몇 십 년 동안 엔지니어링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은 대체로 낮은 편이었고 그로 인해 기술력과 해외시장 점유율 면에서 상당히 뒤떨어지게 되었다. 또한 엔지니어링이 건설·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어 관리기관과 법률이 복잡하고, 시공이나 건설을 선도하는 역할이 아니라 이들의 하부산업으로 인식되는 상황도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그동안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왔음에도 우리나라의 엔지니어링 기술은 2006년 기준 선진국 대비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핵심 기술력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민·관·학·연의 공동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향후 10년 내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 확보라는 목표는 어렵지 않게 달성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제 엔지니어링 산업은 국가전략 산업으로 한 단계 도약을 이루어내야 한다. 노동집약 분야는 중국 등 후발국에 잠식당하고, 고부가가치 분야는 선진국 기술에 밀리는 상황을 핵심 원천기술 확보와 사업관리 능력 등 핵심 역량 강화를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 세계적인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획부터 설계, 주요 기자재 구매 및 라이선스 선정 지원, 감리에 이르는 종합 관리 능력과 언어구사 능력, 그리고 국제적인 사업수행 경험까지 두루 갖춘 인재육성 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정부가 엔지니어링을 하나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정부·기업·대학·연구소가 서로 연계해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후원하고 인턴십을 통한 현장 경험 기회, 특히 해외 연수나 조인트 형식의 해외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되기를 희망한다.
엔지니어링 산업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제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엔지니어링을 1달러 수출할 때 기자재 수출, 시공 등 약 20달러의 부수적 수출 효과가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불황으로 인해 연관산업의 발전과 시장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각광받는 녹색기술산업, 첨단융합산업 등도 엔지니어링이 선도해야만 수준 높은 프로젝트의 완성이 가능해지고 장기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오늘은 ‘2009 엔지니어링의 날’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지난 2004년 엔지니어링 종사자의 자긍심 고취와 사기 앙양을 위해 제정된 이래 국내 엔지니어링 종사자 20만 여명의 축제와 화합의 장으로써 해마다 그 의미와 전통이 더해지고 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엔지니어링 산업의 위상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인적 자본과 기술 잠재력이 잘 형성되어 있는 우리나라가 엔지니어링 기술 분야에서 하루빨리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문헌일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 회장 himoon@ken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