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서 `인텔효과` 재현되나

국내 증시에서 이른바 ’인텔 효과’가 재현될까.

인텔의 ’깜짝실적’에 국내 IT주가 반등했고, 전기.전자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코스피지수도 사흘 만에 반등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텔 효과가 지난 2분기처럼 IT 업종을 넘어 증시 전반의 상승세를 이끌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전날 종가에서 1.59%, 하이닉스가 0.97% 각각 올랐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날 장 종료 기준으로 전기.전자에만 1천10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3천534억원을 사들인 덕분에 코스피지수가 1.24% 상승했다.

반도체주의 강세를 이끈 것은 시장의 전망을 웃돈 인텔의 실적 덕분. 지난 13일 인텔은 3분기 순익이 18억6천만달러(주당 33센트)로 작년 같은 기간 20억1천만달러(주당 35센트)보다 소폭 감소했고, 매출액도 93억9천만달러로 작년 102억달러보다 8.1% 줄었다. 하지만 팩스셋 리서치가 예상했던 주당 순익 28센트와 매출액 90억달러를 넘어섰다. 또 2분기 실적 발표 때 내놓은 가이던스인 81~89억달러도 훨씬 뛰어넘었다. 인텔의 실적이 내실 있는 것은 매출총이익률이 57.6%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점이다. 이는 3분기 매출증가가 저가판매의 확대에 의한 것이 아닌 시장 수요회복을 의미하기 때문.

게다가 시장의 전망치를 웃돈 4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를 내놓음에 따라 IT산업의 향후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국내 IT주가 인텔의 실적에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이 부분. 인텔의 실적과 가이던스가 IT 산업의 현 수준과 전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인텔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국내 반도체주가 급등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인텔이 2분기 시장의 예상을 크게 넘어서는 실적을 내놓음에 따라 지난 7월15일 삼성전자가 5.05% 급등해 연중 신고가를 경신했고, 하이닉스도 5.08% 뛰었다.

게다가 IT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인텔이 시장 전반적으로 재고 수준이 낮다고 밝히고 하반기 수요전망에도 자신감을 피력함에 따라 국내 IT주가 7월 중순 시작된 상승장을 주도하는데 한몫했다.

IBK투자증권 이가근 애널리스트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 가이던스를 내놓지 못했던 인텔이 2분기 실적발표 때 하반기에 강한 전망을 내놓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며 “이번에도 4분기에 시장의 예상과 달리 조정이 없을 것으로 봄에 따라 국내 IT주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에 대해 반도체 상승 사이클 중에서 지배력이 한층 공고해지고 안정된 메모리 가격 속에서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익성이 예상된다며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목표주가 120만원을 제시해 IT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 효과가 2분기 때처럼 IT 업종을 넘어 시장 전반의 상승세를 촉발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2분기와 달리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졌고, 최근 외국인 매수세 둔화로 수급 측면에서 뒷받침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이번 인텔 실적 발표가 IT주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IT주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면서도 “증시 전반적인 수급이 좋지 않아 인텔 효과가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기는 힘들며 한두 달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